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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人] 현정은, '백의종군' 정면돌파 "현대그룹을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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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등기이사서 물러나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굳건히 현대그룹을 지키겠다."

2006년 5월1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임직원에게 절박한 심정을 피력했다. 시숙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인수 시도 직후 시동생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경영권 위협이 절정으로 치닫던 때였다. 그녀는 시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2003년 남편인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황망하게 현대그룹 총수가 된 그녀는 매번 시련의 길을 걸어야 했고, 그때마다 정면돌파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경영권 위협은 국민주 발행과 우호지분 확보로 차단했다. 이를 통해 '철의 여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시련은 이어졌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1998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물꼬를 튼 대북사업이었다. 현대그룹이 남북경협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시절이었다. 시아버지의 분신이자,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대북사업이 막히면서 시름은 깊어갔다. 현 회장은 8년째 남북간 물꼬를 트기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계속되는 도발에 올 초에는 개성공단 개발 사업까지 멈춰서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계열사 현대상선이 흔들리고 있다.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인 해운업계 불황과 이에 따른 실적ㆍ재무구조 악화의 이중고가 겹친 것이다.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고, 현대상선은 3조3000억원의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현대증권 매각이 미뤄지면서 유동성 위기는 진행 형이다.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100억원)과 함께 사재 300억원을 내놓고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를 출연키로 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용선료 재조정을 위한 실무단을 지난달 영국으로 파견해 용선료 인하 협상을 위한 미팅 강행군도 펼치고 있다. 벌크전용선 사업부와 부산터미널, 현대증권 등 금융3사 매각이 지체될 경우를 대비해 유조선사업부 매각도 준비 중이다.

결국 현정은 회장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그녀는 현대상선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시아버지와 남편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대북 사업을 뚝심있게 추진해온 경영인으로서, 두텁고 높은 유리 천장의 한계를 뛰어넘은 대한민국의 몇 안되는 여성 리더로서 13년간 현대그룹을 이끌어온 그녀가 사실상 백의종군을 선언한 것이다.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것이다. 현대상선 측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이 중립적인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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