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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과 서기호의 눈물…"정치,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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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온통 시선이 공천으로 몰리고 있다. 정당마다 공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내세우는 것은 하나다. 바로 '당선가능성'이다. 정당들의 선거 전략 단위는 모두 지역구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적 고려사항으로 후보자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의원이 좋은 정치인인가'라는 질문은 뒤로 한 채 말이다.

지난해 상반기 정치권을 달궜던 최대 화제는 공무원연금개혁이었다. 당시 협상과정에 참여한 한 여당소속 의원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그는 "국회에서 왜 선수를 강조하는지, 이번 협상과정에서 알겠다. 3선이라는 선수는 역시 달랐다"며 "여야간 합의 월권논란만 없었더라면 강기정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정치적 승리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여야는 지난해 5월2일 합의를 했지만 청와대에서 월권을 주장하면서 한달간의 공전에 빠졌다. 이 여당 의원은 월권논란 속에 강 의원의 노력이 빛을 바랬지만, 여당 의원조차도 정치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강 의원은 올해 총선에 출마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 의원의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이 지난 25일 강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을 전략공천해주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이 결정되면 강 의원은 더민주 소속 후보로 이 지역 총선에 나설 기회가 사라진다. 강 의원이 배제된 이유는 간단했다.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여러차례 여론조사를 해봤지만 다른 당의 경쟁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강 의원의 역량이나, 당에 대한 사랑 등은 뒤로 한 채 '경쟁력'을 토대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경쟁력은 단순하다. 해당 지역에서 다른 누구보다 많은 표를 얻어낼 수 있는지 여부를 뜻한다. 표를 얻는 기술이 곧 능력이고, 국회의원의 자질인 셈이다. 실제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중앙정치에서의 활약보다도 골목정치에서의 활약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있다. 실제 한국 정치 사회에 공헌이 크더라도 지역을 등한시하다 낙선한 의원은 많다. 반대로 그럴싸한 의정활동이 없더라도 지역 일정과 민원만 부지런히 챙기면 4년 더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들도 많다. 결국 얼마나 지역구 골목골목을 다녔는지 여부가 국회의원의 재선 등을 결정짓는 변수인 셈이다. 입법자나 행정부에 대한 감시자 등의 사명을 우선시하는 것은 현실 정치를 모르는 것이 되고 만다.

26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남 목포 출신의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인 서 의원은 총선에서 고향 선거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뜻을 접었다. 사실상 현실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자리에서 그는 자조 섞인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서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달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길은, 제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정치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때로는 표를 얻기 위해 소신과 다른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거판에 뛰어들게 되면서 현실 정치와 이상의 정치 사이의 간극을 절실하게 파악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임기초에 다음과 같이 선서를 해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같은 선서가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의지 외에도 유권자들의 생각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유권자가 골목만 누비는 정치인을 우선시하고, 정치인 역시 이같은 현실에 타협하고, 정당이 당선 가능성만을 따진다면 정치는 변하지 않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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