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정치권을 달궜던 최대 화제는 공무원연금개혁이었다. 당시 협상과정에 참여한 한 여당소속 의원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그는 "국회에서 왜 선수를 강조하는지, 이번 협상과정에서 알겠다. 3선이라는 선수는 역시 달랐다"며 "여야간 합의 월권논란만 없었더라면 강기정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정치적 승리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여야는 지난해 5월2일 합의를 했지만 청와대에서 월권을 주장하면서 한달간의 공전에 빠졌다. 이 여당 의원은 월권논란 속에 강 의원의 노력이 빛을 바랬지만, 여당 의원조차도 정치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밝혔다.
경쟁력은 단순하다. 해당 지역에서 다른 누구보다 많은 표를 얻어낼 수 있는지 여부를 뜻한다. 표를 얻는 기술이 곧 능력이고, 국회의원의 자질인 셈이다. 실제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중앙정치에서의 활약보다도 골목정치에서의 활약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있다. 실제 한국 정치 사회에 공헌이 크더라도 지역을 등한시하다 낙선한 의원은 많다. 반대로 그럴싸한 의정활동이 없더라도 지역 일정과 민원만 부지런히 챙기면 4년 더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들도 많다. 결국 얼마나 지역구 골목골목을 다녔는지 여부가 국회의원의 재선 등을 결정짓는 변수인 셈이다. 입법자나 행정부에 대한 감시자 등의 사명을 우선시하는 것은 현실 정치를 모르는 것이 되고 만다.
26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남 목포 출신의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인 서 의원은 총선에서 고향 선거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뜻을 접었다. 사실상 현실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자리에서 그는 자조 섞인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서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달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길은, 제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정치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때로는 표를 얻기 위해 소신과 다른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거판에 뛰어들게 되면서 현실 정치와 이상의 정치 사이의 간극을 절실하게 파악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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