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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쐈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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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 - 52년전 세계챔프에 깜짝 등극한 무하마드 알리

무하마드 알리

무하마드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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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턴을 TKO로 쓰러뜨림으로써 세계 헤비급 챔피언 권투왕이 된 클레이는 매치가 끝나자 "내가 무어라 했소? 오늘 저녁 내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소. 나는 내가 말한 것은 꼭 지키는 사람이요"라고 마구 뻐겼다.

52년 전 2월 26일자 신문에 실린 기사다. 전날인 25일 새롭게 탄생한 챔피언의 소식과 함께 그가 한 호언을 전해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클레이는 단지 우쭐거리며 자랑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의 장담처럼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영원한 챔피언인 그의 이름은 무하마드 알리다.
25일은 무하마드 알리가 소니 리스턴을 꺾고 세계 챔피언에 오른 지 52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그의 이름은 캐시어스 클레이였다. 경기 전 알리의 말은 화제가 됐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스턴이 무난하게 챔피언 벨트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박사들도 7대 1의 확률로 리스턴의 승리를 점쳤다고 한다. 이를테면 알리는 말이 앞서는 철없는 도전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알리가 했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는 말이 허풍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게 영원한 챔피언이 탄생했다. 그렇지만 이날 승리를 거두며 "나는 왕이다"라고 포효했던 알리를 단지 한 시대를 풍미한 권투 선수가 아닌 영원한 챔피언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그가 경기 후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말한 것은 꼭 지키는 사람이요"라고 했던 말에 오롯이 녹아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링 밖에서도 외로운 싸움을 치러야 했다. 인종 차별에 저항했던 알리는 노예에게 부여한 성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로 챔피언이 된 뒤 이름을 캐시어스 엑스로 바꿨다. 말콤 엑스의 영향이었다. 이후에는 이슬람교 운동조직의 지도자인 엘리야 무하마드에게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을 받았다. 그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서며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주류 사회나 국가 권력에 휘둘리지 않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잽을 날렸다. 정부가 그에게 베트남전에 참전하라며 징집영장을 보내자 그는 "베트콩은 나를 깜둥이라고 무시하지 않소, 내가 왜 베트남 사람들을 죽여야 한단 말이오"라며 거부했다. 그 대가로 그는 선수 자격이 정지됐고 챔피언 벨트도 뺏겼다. 애국으로 무장한 팬들은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 챔피언이 됐을 때 외쳤던 "나는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벗어난 삶을 살지 않았다. 그렇게 신념을 지켰고 결국 서른이 넘은 나이에 조지 포먼을 누르고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그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편견과 차별에 맞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의회가 테러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에 "나는 무슬림이다. 파리나 샌버너디노, 그 밖의 전 세계 다른 곳에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인 것과 관련해 이슬람적인 것은 없다"며 "진정한 무슬림은 소위 이슬람 지하디스트의 무자비한 폭력이 이슬람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알리의 싸움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겨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트럼프에 대한 그의 일갈은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2박3일째 필리버스터에 나선 이들의 모습과 겹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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