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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약 합법화한 대통령이 사랑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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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약 합법화한 대통령이 사랑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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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지혜로운 사람"이라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념 있는 인권의 옹호자"로 평했다. 그는 2013년과 2014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득표율 52%로 대통령에 당선돼 5년 뒤 퇴임할 때는 그보다 더 높은 지지율 65%을 기록했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그는 독재 정권에 무력으로 맞선 게릴라 '민중해방운동-투파마로스' 출신 좌파 대통령으로 2010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재임했다. 우리에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대통령궁 대신 몬테비데오 근교에 있는 작은 농장 주택에서 살고 1987년형 하늘색 폭스바겐 딱정벌레차를 타는 검소하고 소박한 사람이다. 그러나 평범한 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는 "소박함은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 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 중 한 사람'인 무히카. 그러나 우루과이인들은 그를 '위대한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 대신 '가장 논쟁적인 대통령'이라고 한다. 책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은 그가 왜 '가장 사랑받으면서도 논쟁적인 대통령'인지 풀어놓는다.

무히카가 이끄는 동안 우루과이는 쉬지 않고 성장했다. 국가 신용이 '투자 적격 등급'을 회복했고 실질임금은 증가했다. 빈곤율과 실업률은 감소했다. 명백한 실패도 있다. 비대한 공공부문을 개혁하기 위해 혁신을 시도했다. 국영 기업 위주로 경제가 운영되면서 누적된 정실주의와 관료주의가 무히카의 앞을 가로막았다. 공무원 노조가 반대했고 진정한 개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강조한 '공교육 개혁'도 성공하지 못했다. 공립학교 학생 수는 줄었고 유급 비율도 늘었다.

그럼에도 저자 마우리시오 라부페티는 "무히카의 집권 시기는 우루과이 현대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마리화나 합법화' '동성 결혼 허용' '낙태 허용'. 무히카가 개인의 자유를 드높이기 위해 추진한 정책들이다.
2012년 6월 무히카가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우루과이는 불법 유통되는 싸구려 마리화나에 중독된 젊은이들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려 하다니. 좌파인 다리오 페레스 의원조차 "그것은 마치 자녀들에게 마리화나를 피워도 좋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무히카는 "장님 중에 가장 나쁜 장님은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밀매 조직에 의한 불법 거래와 관련 범죄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자는 뜻이었다. 그는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생산자가 재배한 대마를 약국으로 유통시킬 계획이었다. 마약 밀매상들과의 전면전 대신 경쟁을 함으로써 마리화나 소비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무히카의 설득하려는 노력과 조지 소로스(86) 등 석학들의 뒷받침은 2013년 12월 10일 마침내 의회의 승인을 이끌어냈다. 2014년 4월23일 타임지는 '마약을 합법화시킨 혁명가'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명단에 올렸다.

정치의 계절이다. 20대 총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 책은 호세 무히카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가름하지 않는다. 또 어떤 정치가가 '참 지도자'인지 해답을 주지도 않는다. 대신 나라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지도자의 이데올로기가 내 이익과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행동해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마우리시오 라부페티 지음/박채연 옮김/부키/1만5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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