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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께 '좋은 아빠 되기'수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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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이러쿵저러쿵'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오래전, 신문사의 한 후배는 내게 '좋은 아빠 되기' 수업을 꼭 들어보라고 진지하게 권했다. 내가 특별히 '좋은 아빠'가 아니어서 그런 얘기를 해준 것은 아닌 것 같고, 나를 따르고 좋아하는 마음에서 자신이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몇 번이나 그 말을 했지만, 나는 웃으며 거절하고 말았다. 그게 과연 필요한 것인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야 그의 뜻을 알게되는 듯 하다.


박근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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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되기는 '소통할줄 아는 권력자'가 되는 수업이었다. 가정 내에서 일정한 권력자이며 기득권자이며 완력과 돈과 지식을 지닌 존재인 아빠가, 그렇지 못한 존재이며 '자기의 소유'에 가까워 보이는 자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

자식들은 그저 맨몸과 맨정신으로 소통에 나서면 되지만 아빠는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부성(父性)의 깊은 바탕인 사랑과 인간관계의 바탕인 평등으로 자식들을 대하는 '특별한 훈련'을 받아야만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세상의 부모들이 자주 놓치는 것은 이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척 하는 일에 익숙하지만, 갈등 국면에서는 금세 권력자와 완력자로 변한다.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죽이고 주검을 방치까지 하는 세태는, 그저 특수한 가정에서 벌어진 특별한 비극이 아니라, 저 '수업'의 취지를 놓친 부모가 만들어낸 악마적 풍경이다.
'좋은 대통령 되기' 는 정확하게 '좋은 아빠 되기'와 같은 커리큘럼을 지니는 수업일 것이다. 다만, 불행히도 이런 수업은 없다. 한 국가에서 최고의 권력자이며 기득권자이며 완력(무력이라고도 한다)과 돈과 지식을 거느린 존재인 대통령이 그렇지 못한 존재이며 '자신의 신하(정서적으로 보자면 그렇다)'에 가까운 국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처음엔 가난하고 힘없는 자식들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말했지만, 곧 그런 슬로건이 공동체를 경영하는데 아주 불편한 것임을 깨닫고 슬그머니 포기하고 약속들을 식언하는 일.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자식을 배신자라며 버럭 화를 내고 쫓아내는 일. 집안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하늘 탓이며 내 책임이 아니라고 믿는 일. 성가신 일은 가급적 피하고 문제가 생기면 완력으로 진압하는 일. 질병이 창궐하면 우왕좌왕하다가 병을 퇴치하려 총대를 멘 쪽에게 책임을 묻는 일. 스스로의 뜻을 막아선 상대를 욕하며 거리에 나가 그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는 일. 어렵사리 만들어놓은 공동체의 보물을 한 순간에 냅다 던져버리며 분노와 위험의 스케일을 키우는 일. 그 보물을 지키고 키워오던 이들을 순식간에 도탄에 빠지게 하는 일. 이런 일들은 '무서운 아빠' '말이 안통하는 아빠' '완력을 쓰는 끔찍한 아빠'에게서 나옴직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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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마도 그가 자식을 '동등한 소통 주체'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쉽게 말하면, 그가 민주주의를 슬며시 놔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에 목소리를 높였던 '따뜻한 아빠'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비판자를 쳐내고 경쟁자를 욕하며 위험한 적과 무한대치하면서 리스크를 높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그런 '무서운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자식들 쯤이야 선거로 한번 확 쓸고나면 잠잠해지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아빠라면 더 무섭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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