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후계자 지목 결정 재확인
내달 9일 두번째 심리…최종결과는 5~6개월 걸릴듯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본인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없다며 건강을 과시하고 나섰다. 향후 경영 활동을 하는데 무리가 없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장남을 후계자로 지목한 기존 결정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롯데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 총괄회장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개최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1차 심리에 참석,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재판부에 직접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은 지난달 그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신청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일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 법률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향후 양측은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두번째 심리를 포함, 몇 차례의 심리를 더 거치게 된다. 또한 법원이 지정한 의료시설에서 신체감정을 받고, 감정인(의사)은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진단한다. 신 총괄회장 측은 최종 결과가 나오기 까지 5~6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견인이 지정될 경우 신 총괄회장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간 '아버지의 뜻'을 명분으로 삼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되는 셈이다. 또한 신 총괄회장 본인도 법적 행위를 할 때 후견인들과 합의를 거쳐야 하므로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신 총괄회장이 본인의 건강상태를 증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의중이 안팎으로 명확해진 만큼 '후견인 지정'으로 결론이 난다해도 신 총괄회장이 불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한일 롯데 내부에서는 신 회장에게로 중지가 모아진 상태"라면서 "남은 것은 명분인데, 신 총괄회장 본인이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건강에 대해서도 자신하고 나선만큼 쉽게 결론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