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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여행가의 밥] 덕유산 눈꽃 산행과 어죽집

최종수정 2020.01.22 18:09 기사입력 2016.02.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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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산행보다 설레는 건 눈꽃 산행이다. 소백산과 지리산, 태백산을 올랐지만 우리나라의 설경 하면 첫손으로 꼽히는 덕유산의 눈꽃은 쉽게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멋진 풍경이 찍힌 사진 한 장을 단서로 그곳을 찾아가서 똑같은 사진을 찍어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에서 덕유산의 설경을 본 후 짐을 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덕유산은 사계절 아름답지만 특히 겨울산의 풍경이 환상적이다. 화려하게 핀 봄꽃보다 더 환하게 겨울꽃이 피니 한겨울 산행을 마다하지 못한다.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덕유산은 사계절 아름답지만 특히 겨울산의 풍경이 환상적이다. 화려하게 핀 봄꽃보다 더 환하게 겨울꽃이 피니 한겨울 산행을 마다하지 못한다.




그해 겨울, 그곳의 꽃들 '덕유산 향적봉'

태백산, 한라산, 설악산, 덕유산, 울릉도 성인봉 등은 산행인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설경 명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국립공원 탐방지 10선’을 발표했는데, 설경이 아름다운 탐방로로 덕유산 관광 케이블카 트레킹 구간을 선정했다.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은 느릿느릿 걸어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산에 오르기를 회식 후 노래방에서 장기자랑을 하는 것만큼이나 싫어하는 후배와 동행한 터라 우리는 꾀를 부렸다. 덕유산리조트의 곤돌라를 타면 간단히 해발 1,614미터의 향적봉의 턱 밑까지 닿을 수 있다. 곤돌라 탑승장이 있는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애교 수준(20분 정도)으로 살포시 눈길을 걸으며 눈꽃터널을 걸으면 된다. 향적봉에서 눈에 파묻힌 산세를 굽어보면 어찌하여 ‘겨울눈꽃 산행은 덕유산에서’라는 말이 나왔는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겨울이라고 무작정 달려간다 해서 파란 하늘 아래 나뭇가지마다 탐스럽게 핀 눈꽃을 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후배와 내가 찾았던 그날은 감사하게도 하늘은 맑고 파랬으나 그해 겨울은 눈 흉년이라고 했다. 마치 그곳의 나무들은 대단한 설경을 찾아 떠나온 여행자들에게 앙상한 가지를 내보이기 민망했는지 해의 도움을 받아 흰 눈 위에 수묵화를 그려 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에 걸쳐 있는 덕유산의 설경이 천하제일로 꼽히는 이유는 산세가 수려하고 적설량이 많아 은빛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겨울 산행에 자신이 없다면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올라 향적봉과 향적봉대피소, 중봉까지 둘러보면 좋다. 향적봉에서 중봉까지는 1.3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고원지대에 펼쳐진 주목군락의 설경이 환상적이다. 중봉에서 오수자굴로 내려가는 길 역시 눈꽃이 아름답다.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여 백련사, 향적봉, 중봉, 동엽령, 무룡산, 삿갓재, 남덕유산을 거쳐 영각탐방지원센터로 이어지는 종주 코스는 26.9킬로미터에 13시간 정도 걸린다. 백련사, 오수자굴, 중봉을 잇는 오수자굴 코스는 4.2킬로미터에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덕유산 향적봉은 손꼽히는 눈꽃 산행지다. 곤돌라를 타고 쉽게 오를 수도 있어 겨울산행이 두려운 사람이라도 20분 정도만 오르면 해발 1,614미터의 향적봉에 닿는다(향적봉 1코스).

덕유산 향적봉은 손꼽히는 눈꽃 산행지다. 곤돌라를 타고 쉽게 오를 수도 있어 겨울산행이 두려운 사람이라도 20분 정도만 오르면 해발 1,614미터의 향적봉에 닿는다(향적봉 1코스).

만일 곤돌라로 설천봉까지 올라 산행을 시작하려면 곤돌라 운행 시간을 미리 알아 두는 게 좋다.

만일 곤돌라로 설천봉까지 올라 산행을 시작하려면 곤돌라 운행 시간을 미리 알아 두는 게 좋다.




식객을 만족시킨 어죽, '하얀섬금강마을'

몸속까지 꽁꽁 얼어버리는 겨울 산행을 마치면 따끈한 음식으로 몸을 보하면 좋다. 무주의 명물 음식은 민물고기로 끓인 어죽이다. 덕유산과 금강 상류를 품은 산골 마을에는 순수한 먹을거리가 많다. 구천동 계곡 부근에는 산채 요릿집이 많고 무주읍과 내도리 강변 일대는 민물고기 요릿집이 흔하다. 무주 시골장에 가면 쏘가리나 동자개, 메기 등의 민물고기도 흔해 빠졌다. 그러한 무주이니 민물탕이나 어죽을 내는 집들이 대거 맛집 리스트에 올라 있음은 당연한 이치다.


어죽이라는 같은 음식을 팔지만 집집마다 맛이 다른 무주의 어죽집 중에 즐겨 찾는 곳은 하얀섬금강마을이란 제법 긴 이름을 지닌 어죽집이다. 주인아저씨가 직접 잡은 민물고기를 젊은 안주인이 맛깔스럽게 요리한다는 귀띔으로 인연이 닿았다. 안주인이 자신 있게 추천한 빠가인삼어죽을 먹었다. ‘빠가’란 ‘빠가사리’의 준말로 정식 명칭은 동자개다. 빠각빠각 소리를 낸다고 하여 빠가사리라 부르기도 하는데, 어죽을 끓이면 비린한 맛이 적고 시원한 국물을 낼 수 있어 무주의 어죽집에서는 빠가사리를 많이 쓴다고 들었다. 어죽은 비린내가 적고 살짝 매콤하면서 아주 깔끔한 맛이 났다. 무시한 이름을 가진 징거미튀김도 곁들여 먹었는데 별미였다. 징거미란 민물새우를 말한다.


이 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쌀로 어죽을 끓이기 때문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씹는 맛이 기다림을 보상한다. 『식객』의 허영만 작가가 다녀간 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한데 이 집의 어죽 맛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어죽을 먹었습니다. 어! 죽이네!’


반딧불이가 사는 청정한 무주에는 산이 즐비하고 산을 따라 물이 흐르며 깨끗한 자연에서 키워진 민물고기가 많이 잡힌다. 어죽집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그러한 배경 때문이다.

반딧불이가 사는 청정한 무주에는 산이 즐비하고 산을 따라 물이 흐르며 깨끗한 자연에서 키워진 민물고기가 많이 잡힌다. 어죽집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그러한 배경 때문이다.



『식객』의 작가도 다녀간 어죽집. ‘어! 죽이네’라고 흔적을 남기고 간 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식객』의 작가도 다녀간 어죽집. ‘어! 죽이네’라고 흔적을 남기고 간 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어죽집의 젊은 안주인이 자신 있게 추천한 빠가인삼어죽. 주문을 받은 후에 조리를 시작하므로 밥이 나올 때까지 오래 못 기다리는 사람은 전화로 예약을 해 두시길.

어죽집의 젊은 안주인이 자신 있게 추천한 빠가인삼어죽. 주문을 받은 후에 조리를 시작하므로 밥이 나올 때까지 오래 못 기다리는 사람은 전화로 예약을 해 두시길.



징거미튀김. 징거미는 거미가 아니라 민물 새우의 한 종류다.

징거미튀김. 징거미는 거미가 아니라 민물 새우의 한 종류다.




Infomation

무주군청 1899-8687

덕유산국립공원 063-322-3174, http://deogyu.knps.or.kr

곤돌라(덕유산리조트) 전북 무주군 설천면 만선로 185, 063-320-7381, 09:00~16:30(12~2월, 이용료 15,000원(성인 왕복)

하얀섬금강마을 전북 무주군 무주읍 한풍루로 371, 063-324-1483, 10:00~10:00


글=책 만드는 여행가, 조경자(http://blog.naver.com/travelfoodie), 사진=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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