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 후폭풍]대만정치를 뒤집은 한국걸그룹 '깃발'

쯔위가 공식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JYP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 걸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본명 저우쯔위)가 정치적 논쟁에 휘말렸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전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외교 문제로 불거지게 된 것.

특히 지난 16일 끝난 대만 총통 선거와 맞물리면서 중국과 대만은 물론 한국에서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은 당선 확정 발표 직후 "한국에서 활동하는 16세 대만 연예인이 중화민국 국기를 든 화면 때문에 억압을 받았다"며 "이 사건은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들고 외부에 일치단결시키는 것이 차기 중화민국 총통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영원히 일깨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쯔위 사태'는 실제 방송 분에서는 편집됐지만 지난해 11월 녹화된 인터넷 방송을 본 가수 황안이 쯔위의 대만 독립 활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뒤늦게 공론화 됐다. 트와이스는 한국인 5명, 일본인 3명, 대만인 1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당시 쯔위는 방송에서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나라 국기인 대만 국기를 흔들고 있는데 이를 놓고 황안은 자신의 웨이보에 "쯔위가 대만 독립 세력을 부추긴다"고 썼다. 황안은 대만 출신이지만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다. 황안의 웨이보를 본 중국 사람들은 곧 "쯔위와 JYP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비난 여론을 양산했고 웨이보엔 'JYP 보이콧'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박진영(왼쪽)과 쯔위. 사진=스포츠투데이 DB

JYP는 13일과 14일 차례로 사과 성명을 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에 15일 오후 늦게 JYP는 쯔위를 내세워 3차 사과를 했다. JYP의 웨이보와 유튜브 공식 계정에 공개된 영상에서 쯔위는 검은색 옷을 입고 수척한 모습으로 "중국은 하나다. 내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며 사과문을 낭독했다.

쯔위의 사과 방송은 오히려 나비효과로 발전하며 대만 총통 선거 막바지 최대 이슈가 됐다. 대만 연합보도는 "쯔위 사건이 차이잉원 득표율을 1~2%포인트 상승시켰다"고 분석했다. 쯔위의 방송을 본 대만의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소로 몰려간 것이다. 한국에선 17일 쯔위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16살 소녀 쯔위가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을 지우기 어렵다. 대만 총통 선거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지지하는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 주석과 친중국을 지향하는 주리룬 국민당 주석의 맞대결이었다. 대만에서는 쯔위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국민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대두됐고 결국 진보적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주석이 당선된 결과로 나타났다.

JYP의 민첩하지 못한 대응도 문제로 제기된다. 중국계 에이전트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채 방송 현장에서 이를 제재하지 못한 점이 첫번째 문제"라며 "뒤늦은 대응에다 어린 쯔위 혼자서 사과문을 낭독하도록 한 것도 소속사의 미숙한 대처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