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디자이너, 설치미술가 찾아가는' 동국제강 영업맨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대기업 영업사원들이 달라지고 있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자 '우리 회사만의 영업방식'을 찾아 선 것이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현장에 뛰는 정유업, 철강업 영업맨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이 기업이 사는 법을 엿볼수 있다.
GS칼텍스 주유소들을 관리하는 영업사원들은 요즘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다.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현장을 찾는다.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든 사무실이다.
영업사원들의 현장 출근은 국내 정유사들 중에서는 GS칼텍스가 유일하다. 지난해 6월 강원도와 서울 강남 지역에 시범 실시한 이후 같은 해 11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GS칼텍스는 이를 '스마트워크'라고 부른다. 저유가 현상으로 국내 주유소들이 '1원 경쟁'을 벌이는 팍팍한 상황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현장 영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사무실 출퇴근을 일일이 따지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현장에 대한 밀착 관리가 불황을 이겨내는 '한수'라고 GS칼텍스는 판단한 것이다.
동국제강도 새로운 영업방식을 선택했다. 동국제강 영업맨들은 요즘에 건축디자이너와 설치미술가들을 찾아다닌다. 프리미엄 컬러강판 제품인 '럭스틸(LUXTEEL)'이 건축 디자이너와 설치 미술가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다. 이제는 동국제강으로 하루에 한 두통씩 건축 디자이너들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다. 럭스틸을 자신들이 디자인하는 건물의 자재로 쓰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영업맨들은 이들을 만나 제품을 설명하고 설계도면, 가공 방식, 색상, 가격을 논의한다. 최근 1~2년 사이 서울에 지어진 주요 건물의 건축 디자이너들도 만났다. 덕분에 종로 대림타워, 마포 신라호텔, 롯데 시티호텔의 내외장재로 럭스틸이 사용됐다. 올해 초에는 남산 N서울타워 재개관 작업을 맡은 디자이너를 만나 제품을 소개했다. 그리고 지난 주 N서울타워의 벽면 작업은 무사히 끝났다.
설치 미술가들에게는 예술 지원사업 차원에서 럭스틸 공급이 무료로 이뤄진다. 박 파트장은 "럭스틸은 고급스러운 소재인데다 가공도 쉽게 할 수 있어 예술가들이 선호한다"며 "럭스틸에 대해 문의하는 예술가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4년 선보인 이정훈 작가의 작품인 '엔들리스 트라이앵글 위드 럭스틸(Endless Triangle with LUXTEEL)', 김광우 설치 작가의 개인전 작품들과 김상훈 작가 '커피 테이블'이라는 작품에도 럭스틸이 쓰였다. 건축가 장윤규씨는 럭스틸로 서울건축문화제 메인전시관인 '럭스틸 마운틴'을 만들었다.
동국제강의 이런 영업 방식은 철강제품에도 이름을 붙여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철강에도 브랜드를 입혀 판매처를 확대해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판매 성장세도 이 전략의 효과를 증명한다. 럭스틸은 지난 2011년 처음 생산된 이후 해마다 판매량이 50%씩 늘어나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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