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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맥널티에 경고장 날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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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제조업계에서 모방은 종종 진흙탕 싸움을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된다. 블랙박스가 시장에 막 나올 무렵 전자업계가 특허출원을 안 한 것도 알고 보면 누군가의 모방이 두려워서라는 이야기도 있다. 애플과 삼성이 박 터지게 싸운 것도 디자인을 놓고 '베꼈네, 아니네' 대립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커피업계의 대표주자들인 동서식품과 한국맥널티가 상품 포장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동서식품은 믹스커피의 강자, 한국맥널티는 원두커피 유통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두 기업의 갈등은 동서식품이 맥널티에 경고장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맥널티가 지난달 23일 코스닥에 상장하자마자 출시한 '아이브루'를 겨냥해 동서식품은 "자사의 카누와 포장이 유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준다"고 지적했다. 두 제품 모두 직사각형 모양을 띠고 있고 검은색 계열의 바탕에 동서는 빨간색, 맥널티는 분홍색, 초록색 등으로 제품 상단에 포인트를 준 게 유사하다는 얘기다. 비슷한 디자인에 소비자가 덥석 카누인 줄 알고 맥널티 제품을 집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누에 충성심 강한 고객이라면 두 제품을 헷갈려 구매하는 일이 있을까. 소비자의 손이 두 번, 세 번 가게 하는 건 디자인보다 '맛'이다. 최근 소비자 입맛이 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로 옮겨가면서 동서식품의 실적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믹스커피가 동서식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동서식품 매출은 2012년 1조5603억원, 2013년 1조5303억원, 2014년 1조5056억원 등으로 매년 감소세다. 장기투자 추천 종목으로 사랑받았던 동서(동서식품 모회사) 주가는 13일 기준 3만4000원으로 지난해 8월11일 기록한 고점(4만7900원) 대비 36% 가까이 빠졌다. 반면 지난달 23일 상장한 신흥세력인 맥널티는 실적, 주가 모두 승승장구다. 1만3250원으로 첫 거래일 신고식을 치른 이후 두 번 상한가를 쳤고, 이달 13일 2만32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일각에서는 "맥널티 상장 이후 동서 주가가 빠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동서식품이 맥널티에 경고장을 보낸 시점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제품을 출시한 지 딱 6일 됐을 때다.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경고사격 아니겠냐"고 말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경고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따라 하지 마"를 내포하고 있는 대기업의 반응에 위축될 수 있어서다. 동서식품 주장처럼 정말 모방의 여지가 있다면 법원에서 그 여부를 가릴 수 있다. 하지만 경고장을 보낸 동기가 치고 올라오는 맥널티에 대한 일말의 견제심리가 작동해서였다면 동서식품의 태도가 아쉽다. 벤처기업에서 코스닥사로 성장한 맥널티를 '워너비'로 삼고 있는 여성벤처기업인들에게 이는 대기업의 은근한 횡포를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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