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장휘국 광주교육감 등을 만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당초 시도교육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황 부총리가 대신한 자리에선 재차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당초 재정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던 교육부는 세수 부족분의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 게임으로 말 바꾸기 논란을 희석시키고 있다.
말 바꾸기의 첫 단추는 박 대통령이 자초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0~5살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최근 보육대란의 논란 과정을 보면 그 약속은 깨진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누리과정은 무상급식과 달리 법적으로 장치가 마련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의 의무"라고 말을 바꿨다. 국가가 아니라 시도교육청이 책임지는 일로 넘어간 탓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이제 보육과 교육적 차원을 떠나 정치적 쟁점이 됐다. 만 3~5세 어린이라면 누구나 공평한 교육과 보육의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본연의 취지는 안중에도 없는 일이 됐다.
책임지지 못할 공약과 정부의 말 바꾸기에 오늘도 아이를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보내는 부모들은 잔뜩 화가 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기도 전에 불신을 먼저 배우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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