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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아내 옆에서 성 안내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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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아내 옆에서 성 안내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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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긴 뒤 평화로운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성자(聖者)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물론 이것은 이제 막 고속도로에서 두 번째 운전대를 잡아본 아내일 경우여야 한다.
벤츠나 아우디 꽁무니에 바싹 다가붙다가 겨우 5센티 정도를 남기고 곡예하듯 정차하는 일이 잦아도 태무심한 정도는 돼야 한다.

급정차와 급출발, 그리고 무리한 차선 바꾸기로 옆차가 기겁을 하며 빵빵거리는 상황에서도 마음이 고즈넉해야 ‘성자’ 자격증에 값한다. 게다가 그 아내는 삼년 전 명절 쯤에 전방 주시 태만으로 추돌사고를 일으켜 보험료를 몇 백만원 정도 문 뒤 획기적으로 납부 금액을 인상시킨 첫 운전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하리라.

그러나 마음의 평화를 해칠 만한 조건들이 아무리 충분하다 해도,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줄기찬 잔소리는 옳지않다. 오른쪽 귀를 거듭거듭 후비는 쪼잔한 평론들은 아내를 섭섭하게 한다. 3년전? 굳이 지나간 일을 들출 게 무엇이냐. 당신은 처음 몰 때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 나도 비싼 외제차를 뒤에서 받으면 우리 ‘똥차’를 몇 개 팔아도 범퍼 값도 못 물어준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옆에서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차보다 당신의 비명 소리에 더 놀랐다.
오히려 그 때문에 사고를 낼 뻔했다. 아내는 구구절절이 억울한 화법으로 응수한다.

확실히 남편은 운전석 옆자리에 앉기만 하면 아내의 운전실력을 부지런히 깎아내리고, 그녀의 위험 대처 능력을 형편없이 불신한다.

이런 마음이 생겨나는 이유에 대해, 운전 경력이 조금 더 있는 자의 어줍잖은 자기 우월감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지만, 차내 좌석에 따라 달라지는 시야의 비밀로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운전석 옆자리에선 파악되지 않는 시야가 존재하기 때문에, 남자는 자기 시야로만 판단해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즉 운전석 옆자리에선 훨씬 위험해보일 수 있는 일이 운전석에서 충분히 제어되고 있는 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게 맞다면 남자의 불안은 문제를 자기 위주로만 평가하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에 불과하다.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갈등에는 양쪽이 있다. 그러니 옆자리 남자도 입을 꿰맬 필요가 있다.

아내의 실수로 돌아가실 운명이라면 피한다고 비켜가겠는가. 눈을 딱 감아라.

접촉 사고쯤은 묵묵히 받아들일 태세를 갖춰라. 특히 이런 과정의 문제를 비약해서 상대를 치명적으로 비난하거나 디스카운트하는 일은, 사소하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고속도로선 생초보인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건 불안을 감수하고라도 그 옆자리에서 좀 쉬겠다는 뜻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아내에 대한 기초 신뢰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믿어라 믿어, 쉬어라 쉬어.

아내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염려놓고 딴 일을 하라. 휴우, 세 시간. 드디어 교대 시간이 되었다.

사방에서 감지되는 위험들을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듣지 않기 위해서, 운전석 옆자리에서 노트북에 글을 쓰고 있었던 평화로운 남편. 간질거리던 입을 다물고 잔소리를 여기 글로 옮긴 나름의 ‘인간승리’다.

이 칼럼은 운전하느라 애쓴 아내에게 바쳐져야 옳으리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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