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엔에스브이 의 인수합병(M&A)을 둘러싸고 대표이사와 최대주주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은 한때 한배를 탔던 사이였지만 중국 북경 면세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화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돼 서로 고소ㆍ고발ㆍ여론전 등을 이어가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요즘 '중국 면세점 사업'은 상장사라면 누구나 솔깃해 하는 주가급등 재료다. 대표나 임원, 최대주주가 합심해 이 사업권을 따오려 안간힘을 쓰는 상황인데 이들은 왜 호재를 악재로 만들면서까지 격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인수가 마무리되자 EOS 전 대표이자 현 EOS 사내이사인 임 대표가 엔에스브이 대표로 선임됐다. 임 대표는 엔에스브이 사업을 안정화시키고 ESS사업을 추진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EOS와 휴먼플래닝이십일 등 최대주주가 엔에스브이를 인수한지 보름만에 북경면세점사업단에 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 대표와 김 전 부사장간 갈등이 불거졌다. EOS는 인수단가(주당 3782원)보다 비싼 5500원에 50만주의 지분을 넘겨 8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기게 됐으며, 휴먼플래닝이십일은 10만주를 넘기며 17억원을 거머쥐게 됐다.
임 대표는 북경면세점사업단이 체결한 계약서를 받아 자세한 확인 절차 없이 공시했지만 뒤늦게 차입인수(LBO)에 따른 배임ㆍ횡령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최대주주가 바뀌면 엔에스브이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돼 자신이 꿈꿔온 ESS 사업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할 처지에 놓인 것도 최대주주측에 반기를 든 주요 요인이다. 임 대표는 10일 부산 엔에스브이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경 보세구역 면세사업에서 연간 1조1000억원의 매출이 날 것이라는 북경면세점사업단 측의 주장은 전혀 현실성 없고 계약서도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진실은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회사를 인수한지 보름만에 자본금 1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에 31년 역사의 건실한 밸브업체를 되팔아 이익을 차지하려는 최대주주와 타이밍 좋게 대표 자리에 올라 기업을 통째로 삼켜 자신의 야욕을 실현시키려는 신임 대표가 빚어낸 촌극이 이번 갈등의 본질이다. 그 시간만큼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엔에스브이 직원과 주주들에 전이될 수밖에 없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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