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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정책도 '오일쇼크'…超低유가에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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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조슬기나 기자]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운용에 '초저(超低)유가'라는 복병을 만났다. 당초 내년 유가가 올해보다 비슷하거나 소폭 오름세를 보일 것을 예상했지만, 최근 유가가 급락한 것은 물론 내년 상반기에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순께 소비회복세 유지와 수출확대, 구조개혁 지속방안 등을 담은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의 활력을 꺼트리지 않으면서 수출이 살아날 수 있도록 지원·유도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짜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국제유가 수준을 배럴당 60달러선 안팎으로 검토해 왔다. 지난 9월 '2015~2019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도 내년부터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을 전제로 짜둔 상태다.

하지만, 유가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게 되면 이를 기초로 짜둔 물가, 수출, 성장률 등 경제전반에 대한 전망도 엇나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초 유가 변수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기재부로서는 다시 한 번 유가를 핵심 변수로 두고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며 올해처럼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생각보다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작년 12월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국제유가를 평균 75달러로 예상했지만, 올들어 배럴당 40~50달러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3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우선, 유가 하락이 지금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수정할 수도 있다. 기재부는 내년 실질성장률를 3.3%로 전망해왔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0.9%를 더해 경상성장률을 4.2%로 내다봤지만 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에도 내년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1%로 봤지만,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예상에 못 미치고 있어 이를 소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더 떨어질 경우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최근 유가 급락의 배경을 세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면서 "공급 증가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 경제의 흐름을 볼 때, 유가 하락이 가계의 구매력 증대로 인한 소비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기업생산 감소 → 고용 축소 → 가계 수입 감소 등으로 연결돼 디플레이션 압박이 커질 여지가 다분하다. 올들어 11개월 연속 하락한 우리 수출의 경우, 유가 등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수출단가가 줄어든 원인이 커 내년에도 유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기재부의 고민은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 대응할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부터 내수 활성화를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고, 올해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실시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활성화를 위한 굵직한 카드도 이미 써버렸다.

정부는 내년 초 '소비절벽'을 막기 위해 내년 1분기에 전체 예산의 40.1%에 달하는 132조원 이상을 집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2분기에 집행할 예산은 92조원(27.9%)이고, 3분기와 4분기에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각각 66조원(20.2%), 39조원(11.8%) 뿐이다. 올해처럼 추경을 하지 않는 이상 4분기에는 예산 부족으로 경기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예산절벽'을 맞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급상황과 미국의 금리인상, 세계경기 부진, 산유국의 경제상황 등과 연계해 주시하고 있다"며 "국제유가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터지는 경우가 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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