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다 옛날 일이다. 요즘 난 천덕꾸러기가 됐다. '행보 공식'이 깨진 게 결정타였다. 한은은 불황 탈출을 위해 작년 8월 이후 내 몸 값을 1%포인트나 낮췄다. 지금 내 몸값은 연 1.5%. 역사상 가장 낮다. 연 5.25%였던 2008년 8월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이렇게까지 떨어진 건 오로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가계부채 얘기가 나오면 더 할 말이 없다. 꼭꼭 숨고 싶다. 올 9월 말 기준 가계 빚은 1166조374억원이 넘는다. 작년 3분기 말과 비교해보면 1년 새 109조5959억원이나 폭증했다. 연 1.5%란 내 몸값이 만든 결과다. 이 속도라면 올해 말 1200조원도 넘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면목이 없다. 물론 변명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작년 8월 금리 인하에 맞춰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풀린 게 화약고가 됐다.
그나마 금융당국이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 한시름 더나 했다. 그런데 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대출 규제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정부부처 내에서 이견이 표출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GDP를 끌어올리고 있으니 섣불리 손보기 쉽지 않을 만하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는 변치않는 그 사실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도 이제 보름이 채 남지 않았다. 더 늦췄다간 화약고가 터질지 모른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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