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에서 김 전 대통령은 1928년(호적상으론 1927년) 경남 거제도에서 아버지 김홍조(金洪祚)와 어머니 박부련(朴富連) 사이에서 1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장목소학교를 거쳐 통영중학에 들어갔는데, 이때의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던 소설가 꿈이 대통령으로 바뀐 것은 광복 이후 일본 학생들의 귀국으로 자리가 많이 생긴 경남중학교로 전학하고 난 뒤부터였다.
이 무렵 그는 하숙방 책상머리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란 쪽지를 써 붙였는데 “친구들도 내 꿈이 너무 황당하다고 보았는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종이를 떼어 버린 일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영광의 시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더 오랜 시련과 고난의 세월이 있었다. 최연소 야당총재, 최다선 원내총무라는 기록 뒤에는 초산테러, 국회의원적 제명, 연금, 단식투쟁 등 현대사의 험난한 파도와 고뇌의 깊은 골짜기를 거쳐 나와야 했던 것이다.”라고 썼다.
이어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투쟁에서 나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싸웠다. 나는 항상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싸웠다. 나는 거짓과 위선, 그리고 비겁을 가장 큰 죄악으로 생각하면서 당당하게 싸워 왔다, 나는 전 생애를 통해 온 국민들의 성원과 격려를 활력소로 삼아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었다. 나는 독재에 시달리는 우리 국민을 한시도 잊거나 떠난 적이 없었다. 나는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민주화를 위해 당당하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투쟁했던 김 전 대통령은 공과를 뒤로 한 채 22일 새벽 영면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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