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실태평가 '아리송'…보험업계 "속탄다"
내년 시행인데 세부기준 아직 못 정해…업계, 전략마련 차질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제도' 때문에 보험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15년 평가 기간이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금융당국에서는 지난 7월 평가방식과 항목만 발표한 뒤 아직까지 세부적인 기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2020년 시행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까지 갈 길 바쁜 보험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제도 도입을 위해 올 7월부터 금융업권별 6개사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예비 시험)를 마치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세부적인 기준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는 2002년부터 시행해오던 '민원발생평가'를 폐지하고 새롭게 도입하는 제도다.
민원발생평가제도를 시행하면서 금융회사 줄 세우기, 악성민원 유발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이를 개선한 조치다. 평가항목을 보면 민원 건수와 처리 기간, 소송 건수, 영업 지속가능성, 금융사고, 민원관리시스템 구축과 운용, 소비자정보 공시 등 10가지다. 항목별로 3등급(양호ㆍ보통ㆍ미흡)으로 평가하는 형태다.
보험업계는 평가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항목별로 보통 이상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기준에 충족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며 "평가항목을 크게 늘려 새 제도를 발표해 놓고 지금껏 세부 평가기준도 애매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예컨대 실태평가 항목 중에는 영업 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 지표 등 경영전반 리스크)이 있다.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을 위주로 평가하는데 2020년 시행 예정인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보험사들에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제도에서는 RBC비율을 몇 %로 기준했을 때 양호, 보통, 미흡으로 등급이 나뉘는지 알 수가 없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농구경기로 비유하면 경기가 다 끝나가는데 아직도 어떤 게 3점 슛인지, 2점 슛인지 모른다는 얘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2015년도 금융소비자보호 운영실적을 평가해 내년 상반기에 발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보험회사 RBC비율은 278.2%를 기록했다. 3월 말(302.1%)보다 23.8%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100% 이상의 RBC비율을 유지하면 문제가 없지만 2020년 IFRS4 2단계가 국내에 도입되면 보험부채 평가방식이 시가평가로 바뀌며 상황은 달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로 체결된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부채 추가적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RBC비율 관리는 매우 중요해진다"며 "그런 만큼 실태평가제도의 구체적인 기준이 서둘러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감안해 제도 시행을 1년 유예해 줄 것을 금감원에 요구하고 있다. 7월에 발표된 평가항목들을 가지고 2015년도 소비자실태평가를 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첫 발표 때는 공표를 하지 말고 보험사에 개별적으로 통보만 해주고 그 결과를 가지고 회사별로 개선할 점을 찾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 관계자는 "지금은 평가항목이 늘어나고 평가방법이 달라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잣대로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며 "평가와 관련해 알려줄 부분들은 협회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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