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폭스바겐의 '신뢰' 뺑소니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사기극을 펼쳐온 게 적발됐다. 너무나 친숙한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 12개 브랜드를 보유한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친환경 글로벌 기업'이라는 코스프레를 해왔던 셈이다.
후폭풍은 거세다. 미국에서만 50만대 리콜, 부과될 벌금만 21조원이 넘는다. 미국 정부의 빈틈없는 조사로 변명도 못하게 된 폭스바겐은 "문제의 차량이 1100만대에 달한다", "유럽에서도 조작했다"며 이제는 자수까지 하고 나섰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무너뜨린 '신뢰'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글로벌 기업이 지켜야할 책임까지 져버렸다.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국가의 신뢰를 떨어뜨렸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선도기업으로서 자존심까지 내팽개쳤다.
실제 이번 사태는 유럽을 대표하는 디젤차 진영까지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장본인인 폭스바겐은 물론 벤츠와 BMW, 르노 등 디젤을 주력으로 삼은 유럽 자동차 업체들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고효율 친환경' 브랜드를 믿어왔던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 크다. 리콜 등 기술적 문제가 아닌 '꼼수'를 부려왔다는 사실에서다. 월 판매량이 불과 3000대에 불과한 아시아 작은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브레이크와 시동장치 등 기술 결함으로 1000만대 리콜이라는 사태를 일으킨 도요타, GM과도 상황이 다르다. 기술결함은 개선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무너진 도덕성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당신만 몰랐다." 최근 폭스바겐이 국내 CF에 사용한 문구가 패러디돼 화제다. 폭스바겐의 사기 행각을 우리만 몰랐다는 얘기로 돌려졌다. 정말 우리만 몰랐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을 심어 꼼수를 부린 결과 눈에 담을 수 없는 신뢰가 무너졌다. 한 순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소비자를 잃었다. 80여년간 쌓아온 초일류기업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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