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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 죄냐"…직장 내 부당 대우 반기 든 日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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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20%가 부당 대우 받아…낙태 권유 받은 여직원도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Abenomics)는 우머노믹스(Womenomics)"라며 인재 양성,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직장 여성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본 의회는 종업원 301명 이상의 기업들에 여성 신입 사원과 여성 관리직 비율 목표치를 정하도록 못 박았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내년 4월부터 목표치와 현 비율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와 관련해 대다수 일본 직장 여성의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비전이라고 비판했다.

직장에 다니는 임신부의 권리신장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비영리 단체 '마타하라 넷'의 오사카베 사야카 대표(사진)는 "여성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돕기 전 부당 대우부터 없애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타하라는 여직원이 임신ㆍ출산을 이유로 회사에서 부당하게 대우 받는다는 '마터니티 해러스먼트(maternity harassment)'의 일본어식 표현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직장 상사가 임신한 여직원에게 낙태를 권유하기도 한다. 한때 계약사원으로 잡지사에서 편집을 담당했던 오사카베 대표는 두 번 유산한 경험이 있다. 그는 "부당 대우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 앞에서 "아기를 갖게 돼 미안하다"고 사죄해야 했던 임신부들도 있다. 계약직 여성일 경우 출산 휴가 중 해고당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ㆍ連合)에 따르면 젊은 워킹맘 가운데 20%는 직장에서 부당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신부 부당 대우는 워커홀리즘이라는 일본의 기업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근로자들은 아무 할 일도 없으면서 밤 늦도록 퇴근하지 못하고 상사 눈치만 살피며 사무실에 앉아 있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정시 퇴근할 수 있는 워킹맘은 시기의 대상이 된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여성 인력의 출산 휴가에 대비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업은 별로 없다. 그 결과 출산 휴가에 들어간 여직원의 일을 다른 동료들이 분담해야 한다.

어느 여직원이 임신하면 이를 두고 더 투덜거리는 쪽은 다른 여성 직원들이다. 남성 직원의 배에 이른다. 젊은 여직원 10명 가운데 7명이 첫 아이를 갖자마자 퇴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여성이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여류 소설가 소노 아야코(曾野綾子)는 마타하라를 '더러운' 표현이라고 잘라 말했다. 과민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로서는 마타하라를 모른 체할 수 없다. 마타하라가 최대 골칫거리인 인구 급감에 한몫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격)는 마타하라와 관련해 첫 판결을 내렸다. 히로시마(廣島)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이 "임신을 이유로 관리직에서 강등당해 존엄성에 상처가 생기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봤다"며 낸 소송의 1ㆍ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최고재판소는 "본인의 동의가 없을 경우 임신에 의한 지위 강등은 남녀 고용기회 균등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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