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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대한민국 정부' 홍보 동영상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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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다정한 모습의 아버지와 딸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말한다. "우리 딸, 자격증 따는 거 힘들지?" 딸은 속삭인다. "나도 아빠와 함께 출근하고 싶다." 아버지가 딸의 손을 꼭 쥐며 격려한다. "힘내, 우리 딸!" 동시에 자막과 음성이 흐른다. "노동개혁은 우리 딸과 우리 아들의 일자리 입니다." "임금피크제는 일자리 13만개를 만듭니다." 마지막에 '대한민국 정부' 로고가 등장한다.

최근 정부가 배포한 '노동개혁 홍보 CF 동영상' 얘기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자식 세대의 일자리가 창출되니 아버지 세대가 좀 양보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과연 이 CF의 주장이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실제 임금피크제로 인건비가 줄어들었다고 치자. 그 재원을 신입사원 채용에 쓸 기업이 얼마나 될까? 좀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이나 정부의 눈치에 밀려 요즘처럼 인턴 채용ㆍ창업 지원 등 시늉만 낼 뿐, 생존에 바쁜 중견기업 이하로는 턱도 없는 얘기다. 게다가 13만명이라는 숫자는 면밀한 검증을 거치지도 않았다. 단순히 모든 기업이 일시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을 때라는 비현실적 가정 하에 절약되는 인건비의 총합을 신입사원 평균 연봉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대한민국 정부'가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일을 마치 사실인 것인양 유포하는 시대가 됐을까?

하긴 요즘처럼 '거짓말'이 난무하는 시대도 드물다. 자본주의가 첨예화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인터넷ㆍ모바일 등 혁신적인 사회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장착한 현대 사회는 더욱 더 많은 거짓말들을 필요로 하는 시대인 것 같다.
특히 주장을 검증이 쉽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기가 난해한, 이해관계가 첨예한,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 한쪽 편을 들어주기 힘든 것 일수록 거짓말이 힘을 얻는다. '감성적'으로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분야에선 많은 개인ㆍ기업ㆍ사회단체는 물론 공공기관, 고위 공직자, 심지어 국가까지도 거짓말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 든다.

"강이 깨끗해지고 수자원 활용도가 높아 진다"는 명분을 내걸고 22조원을 들여 한반도의 주요 물길의 수질을 악화시킨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사례는 수두룩하다.

최경환 부총리의 "빚내서 집사라는 말 한 적이 없다"는 발언도 대표적 거짓말이다. 최 부총리가 그런 말을 명시적으로 말을 안했는지 모르지만, 빚내서 집 사도록 규제를 완화해 길을 열어준 것도 명백하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도 꽤나 실력파다. 그는 서울시가 한전부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관련 법을 어겼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덕분에 유명세를 타 정치적 입지를 얻었다.

얼마 전엔 기업들도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거짓말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대기업들의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 발표를 보면 인턴ㆍ창업상담 등 사실상 '채용'이 아닌데도 '채용 계획'이라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 속 어린아이처럼 거짓말을 가려내고 진실을 알려야 하는 게 바로 언론인들의 숙명이자 의무이다. 그런데도 어느새 "시간이 없다", "피곤하다"는 등의 핑계로, 때론 누군가의 압력으로 검증없이 주장을 단순하게 전달하기만 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만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오보사태를 계기로 되새겼던 마음은 어떻게 된 것인지,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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