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배포한 '노동개혁 홍보 CF 동영상' 얘기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자식 세대의 일자리가 창출되니 아버지 세대가 좀 양보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과연 이 CF의 주장이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대한민국 정부'가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일을 마치 사실인 것인양 유포하는 시대가 됐을까?
하긴 요즘처럼 '거짓말'이 난무하는 시대도 드물다. 자본주의가 첨예화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인터넷ㆍ모바일 등 혁신적인 사회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장착한 현대 사회는 더욱 더 많은 거짓말들을 필요로 하는 시대인 것 같다.
"강이 깨끗해지고 수자원 활용도가 높아 진다"는 명분을 내걸고 22조원을 들여 한반도의 주요 물길의 수질을 악화시킨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사례는 수두룩하다.
최경환 부총리의 "빚내서 집사라는 말 한 적이 없다"는 발언도 대표적 거짓말이다. 최 부총리가 그런 말을 명시적으로 말을 안했는지 모르지만, 빚내서 집 사도록 규제를 완화해 길을 열어준 것도 명백하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도 꽤나 실력파다. 그는 서울시가 한전부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관련 법을 어겼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덕분에 유명세를 타 정치적 입지를 얻었다.
얼마 전엔 기업들도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거짓말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대기업들의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 발표를 보면 인턴ㆍ창업상담 등 사실상 '채용'이 아닌데도 '채용 계획'이라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 속 어린아이처럼 거짓말을 가려내고 진실을 알려야 하는 게 바로 언론인들의 숙명이자 의무이다. 그런데도 어느새 "시간이 없다", "피곤하다"는 등의 핑계로, 때론 누군가의 압력으로 검증없이 주장을 단순하게 전달하기만 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만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오보사태를 계기로 되새겼던 마음은 어떻게 된 것인지,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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