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옥상에 설치된 전광판이 새삼 관심을 모은다. 가로 14m, 세로 8.6m로 설치된 이 전광판은 서울광장에서 올려다보면 훤히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소위 '목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 연간 매출이 6억 90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 6월11일부터 전광판은 꺼졌다. 이 전광판이 있는 건물 옥상에서 금속노조 기아차노조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 노동자 2명이 농성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청 2년 이상 파견직 근로자를 '법대로' 정규직 전환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이들이 시위 장소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금세기 빌딩 옥상인데다, 유동인구·차량이 많은 시청 광장 앞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농성을 시작하자 전광판 업체가 나섰다. 노조가 내건 현수막으로 전광판 광고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전광판을 소유한 '명보 애드넷'은 "전광판 광고 계약 회사들이 시위로 인해 광고 계약해지 의사를 통보해오고 있다 "면서 "하루 손해액만 187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대표 외에 직원이 4명뿐인 명보는 이곳 수익이 전체의 90% 수준인 데다 건물 관리업체에 따르면 한달 1100만원인 임대료도 2개월째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수익원인 부산의 광고시설 역시 화물연대에 의해 점거당한 상태라 직원들 월급이 2개월 째 고스란히 밀렸다.

이런 사태에서 기아차는 한걸음 물러서 있다. 기아차 본사는 "일단 노조가 농성을 풀고 내려와야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광판 업체 피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불법행위자(노조)와 피해자(전광판 업체) 사이의 문제"라며 "최종심에서 노조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더라도 회사가 배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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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명보애드넷은 지난 7월 말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가처분소송'까지 냈다. 전광판 업체 관계자는 "기아차나 기아차 노조와 아무 상관이 없는 업체가 중간에 끼어 다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노조와 전광판 업체간 '폭행 사건'이 발생하며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인권위 건물 앞에는 '저들의 연봉 6000만원, 우리 연봉 2000만원'이라는 전광판 업체 현수막과,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는 현수막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걸려있다. 이 시대 '을들의 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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