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가미술관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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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일제시대 창경궁 안에 지어진 최초의 박물관 '이왕가박물관', 민족문화 보존을 위해 간송 전형필이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재를 거둬들여 세운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 영어로 뮤지엄(museum)으로 통칭되는 전시공간이 우리나라에선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구분되는데, 이 같은 한국 뮤지엄의 역사는 불과 100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20세기 격동의 역사 속에서 뮤지엄 문화역시 급변했다. 현재 한국은 뮤지엄 1000관 시대에 진입 중이다. 고미술, 문화재를 중심으로 전시하는 박물관이 740곳, 근현대미술 작품 위주인 미술관이 171곳이다.


뮤지엄이 공적인 가치를 지닌 전시 무대라면, 화랑(갤러리)은 미술품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한국전쟁을 지나 광복 후 한국인에 의해 문을 연 최초의 화랑은 지금의 을지로 입구에 자리했던 반도호텔 1층 안쪽 왼편에 1956년부터 문을 연 '반도화랑'이었다. 경제성장세를 타고 산업화와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1970년대부터는 화랑들이 잇따라 생겨나는데, '현대화랑'을 선두로, '명동화랑', '조선화랑', '진화랑' 등이 개관하게 된다. 이후 현재까지 서울, 대구, 부산, 광주를 중심으로 숱한 화랑들이 문을 열었다. 1990년대 미술시장의 불황에 맞서 기성 미술제도에 대안을 제시하고 다양한 창작기획전을 도모하고자 '대안공간'이라는 미술공간이 여러 곳 생겨났다.

뮤지엄과 화랑, 대안공간. 우리 미술역사를 이 같은 공간들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준비한 기획전 '한국미술 전시공간의 역사'전이다. 이 박물관 지하와 1층에 전시된 자료들에는 근대기 독자적인 전시공간으로 설계돼 1938년 완공된 덕수궁 석조전 신관, 이왕가미술관 설계도면이 출품되는가 하면, 근대기 공적영역에서 행해졌던 박람회, 공진회장 등 건축공간을 아카이브 자료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해방이후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은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자료, 현대적 전시공간으로 변모된 화랑 및 갤러리 공간, 1990년대 즈음 태동한 다양한 성격의 대안공간에 대한 자료가 영역별, 시대적 추이에 따라 비치돼 있다. 우리 사진사에서 손꼽는 전시인 경복궁미술관서 열린 인간가족 대사진전(1957년 4월 3~28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자리했던 구(舊) 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한 '프랑스의 신구상회화'전(1982년 7월 10일~8월 15일), 서울 인사동 그림마당민에서 열린 민중미술의 거장 오윤의 판화전(1986년 5월 30일~6월 9일) 등 당대를 대표하는 전시 포스터들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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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미술관, '인간가족대사진전'(1957년)

경복궁미술관, '인간가족대사진전'(195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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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마당민 개관기념 '우리시대 30대 기수전'(1986년)

그림마당민 개관기념 '우리시대 30대 기수전'(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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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 전시기획자 등 미술계 인사 스무명을 대상으로 190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20세기를 관통해 한국미술사에 영향을 미친 전시공간에 대한 설문을 지난 6월 진행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위에 꼽혔고, 이어 호암미술관/삼성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간송미술관, 선재미술관/아트선재센터 순이었다. 화랑(갤러리) 중에는 갤러리 현대와 국제갤러리가 공동 1위에 선정됐고, 이어 가나화랑이 2위에, 학고재와 아라리오갤러리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안공간 중엔 대안공간루프가 영향력 있는 곳으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었고, 이어 아트스페이스 풀,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등의 순이었다. 주목할만한 전시에선 광주비엔날레 1,2회(1995년, 1997년)가 1위에, 현실과발언 창립전(1980)과 민중미술 15년전(1994)이 공동 2위에 올랐다. 국내 미술계 영향력있는 인물로는 1위가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2위는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관장과 박명자 갤러리현대 대표가 공동으로, 3위는 임연방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었다.

이번 전시와 연계해 박물관은 연관자료를 포함, 미술계 인사들의 설문조사, 사건과 이슈, 연표 및 협회회원 전시공간 현황을 수록한 단행본 '한국미술 전시공간의 역사'(336쪽, 2만5000원)도 발간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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