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서울대 교수 시절 禁書 '자본론' 완역 발간…향년 73세 심장마비로 숨져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별세했다. 향년 73세.


3일 성공회대에 따르면 김 교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미국에서 지난달 31일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김 교수의 유가족들은 미국에서 장례를 치르고 다음 주말께 시신을 한국으로 옮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고(故) 정운영 경기대 교수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김 교수는 한국 외환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할 때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사표를 내고 런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해 한신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정 교수 등과 함께 경제과학연구소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제도권에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 거점을 만들었다.

그는 1989년 "진보적인 학문을 배우고 싶다"는 서울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요청으로 기존 경제학부 교수들의 반대에도 서울대 교수에 임용됐다. 김 교수는 2008년 퇴임할 때까지 서울대 유일의 마르크스주의 전공 경제학자였다. 이 때문에 퇴임 이후 서울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으로 후임 선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마르크스 경제학 학맥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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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는 일은 한국 최초의 '자본론' 완역이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1989년 자본론 완역본을 발간했다. 그는 생전 "당시 자본론은 금서목록에서 해제되지 않았는데 서울대 교수가 '잡아가려면 잡아가라!'며 번역ㆍ출판해 버리니 경찰과 검찰도 어찌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최근까지도 성공회대에서 개인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번역했으며 다른 저서로는 '정치경제학원론', '자본론 연구', '자본론 공부' 등이 있다. 2010년에는 청소년의 눈에 맞게 풀어쓴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을 각각 펴내기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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