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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찰 없었다?"…국정원 직원 죽음이 더 키운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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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국정원 직원 임모(45) 과장이 내국인 감청을 전면부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오히려 관련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국정원의 불법 감청 의혹의 원인이 된 이탈리아 업체 해킹 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한 임 과장은 18일 내국인에 대한 사찰을 부인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채 발견됐다. 임 과장은 유서에서 내국인과 선거 등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대(對)테러ㆍ대북 공작 활동에 관한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혀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임 과장이 내국인 사찰 의혹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의문점으로 남는다. 임 과장은 국정원에서 20년 동안 사이버 안보 분야를 담당했다. 2012년 대선 직전 국정원이 이탈리아에서 휴대전화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데 관여했고, 이후 프로그램 운용을 맡아 왔다. 전문가들은 임 과장이 베테랑 개발자로서 내국인 사찰 의혹에 대해 얼마든지 반박이 가능한 지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국정원의 결백을 주장할 만한 근거를 가진 개발자가 돌연 목숨을 끊은 점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임 과장의 역할이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임 과장은 해킹 프로그램 도입ㆍ운용의 실무자로 윗선에서 정해진 대상을 감청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만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과장이 과연 극단적 책임을 져야 할 만한 자리에 있었던 것인지가 의문이다. 임 과장이 내국인 사찰에 대해 개입됐을 소지를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정황이다.

임 과장이 죽기 전 삭제한 자료도 의혹이 일고 있다. 임 과장은 유서에 대테러나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자신이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은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물을 추출하는 기법)으로 해당 자료를 100% 복구 가능하고, 삭제된 자료의 국회 정보위원회 공개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안보 분야 전문가로 일한 임 과장이 이같이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몰랐을리 없다고 보고 있다. 복구가 될 것을 알면서도 자살을 결심하기 전 삭제한 이유가 불분명한 것이다. 임씨가 삭제한 자료는 국정원이 2012년 구입한 20개 해킹 회선 중 대북 감시용이었다고 밝힌 18개 회선과 관련된 내용일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는 감시 대상이나 대테러 담당자 신분 등 민감한 정보가 모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내국인 사찰에 대한 자료도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임 과장의 죽음으로 국정원에 대한 의혹은 더 깊어지고 있다. 내국인 사찰이 전혀 없다는 국정원의 주장에 대해 전면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국정원이 공개한다는 임 과장의 삭제 자료 복구에 대해서도 은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임 과장이 삭제시 복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또 국정원 자체가 복구를 100% 하지 않고 공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원이 필요한 부분만 복구해 보여주고 (내국인 사찰에) 깨끗하다고 호도할 가능성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국정원의 은폐 가능성에 대해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청문회ㆍ국정조사ㆍ검찰수사 의뢰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 또는 수석부대표,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가 모여 향후 국회차원의 대책을 논의한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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