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울시가 강남권 재개발ㆍ재건축 이주 시기 조정을 위한 첫 심의에 나섰지만 노후도가 심하다는 등 이유로 조정을 않고 예정대로 진행토록 했다.


올해 하반기 개포 주공 등 강남구 지역에서 재건축 이주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지만 서울시의 시기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악의 전세난 완화를 위한 서울시의 핵심 대책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송파구 거여2-2 재개발 구역 1499가구에 대한 이주 시기 조정안을 심의한 결과, 조정 조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거여2-1구역의 2048가구와 더하면 3500가구 이상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여2-2지구의 경우 쓰러질 정도라고 표현할만큼 상황이 안 좋다는 점을 감안했다"면서 "내년에는 전세 시장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이므로 나갈 곳은 빨리 내보내줘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강남4구(서초ㆍ송파ㆍ강남ㆍ강동구) 재건축 이주 집중 대비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각 사업장별 진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동시다발적 이주가 발생치 않도록 시기 조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반기에는 특히 강남구 지역에 주택 멸실이 집중돼 있다.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와 3단지(1160가구), 4단지(2840가구), 개포시영(1970가구) 등이 관리처분 인가에 나선다.


이들 단지는 1980년대 초 준공된 곳들로 수도파이프가 터지는 등 생활환경이 극히 열악하다. 거여2-2 구역처럼 노후도를 따진다면 이주 시기 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사업시기가 미뤄지면 금융 비용 등 부담이 커지는 조합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개포 주공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래 돼서 금 가고 물 새는 집들이 많다"면서 "하루가 급한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이주 시기를 늦추라고 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서울시는 재건축발 전세 대란의 대책으로 이주 시기 조정을 내놓았지만 실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12년에 강동구 고덕시영, 송파구 가락시영을 대상으로 심의를 했지만 조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말로 예정된 관리처분 인가 시기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둔촌주공(5930가구)의 경우 심의 지연 등으로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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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이주 시기 조정을 많이 얘기해 왔지만 말로만 그친 것은 조합의 비용 손실 때문"이라며 "조합이 받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기여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보완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주 시기 조정을 하려면 조합의 저항이 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최대한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면서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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