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신뢰 생태계] 3. 글로벌 장수기업의 성공 비결
거목이 되는 'C' 네톨의 비밀
사업의 연속-Continuity
공동체 의식-Community
파트너 관계-Connection
리더의 지휘-Command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 독일 가전명가 '밀레'는 진칸 가문과 밀레 가문이 4대째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는 가족경영 회사다. 1899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올해까지 116년간 경영권 다툼이 한 번도 없었다. 밀레의 연 매출은 32억 유로다. 우리 돈으로 5조원에 달한다. 밀레의 1만7000여 임직원 중 25년 이상 근속 사원만 1만여 명에 가까울 정도로 시스템이 탄탄한 독일의 대표적인 가족경영 기업이다.
#. 올해로 창립 346주년을 맞는 독일 머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ㆍ화학 기업이다. 1668년 창업자인 프리드리히 야코프 머크가 독일 중남부 헤센 주(州)의 소도시에 있던 작은 약국 하나를 인수한 게 효시가 됐다. 13대를 이어온 가업승계 기업으로 전 세계 66개국에서 지난해 매출 115억 유로(약 1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업은 '사회적 유기체'로 불린다. 즉 생명이 있고 진화를 꿈꾼다.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내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한다. 그렇지 못하면 도태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을 거듭해야만 기업은 영속할 수 있다.
수대를 이어온 글로벌 장수기업의 비결은 기술력, 장인정신, 고용 안정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특히 장인정신과 함께 기업의 구성원은 물론, 그 가치를 인정해 준 고객과 쌓아온 '신뢰'가 원동력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
세계 장수기업의 나라 日·獨
신용 중시하는 소규모 기업
기술경쟁력 키워 대이은 경영
◆ 왜 장수기업이 주목받는가 = 유럽 지역엔 장수기업이 매우 많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만 유럽 내에 약 4000여개다. 독일이 가장 많고 프랑스가 그 다음이다. 장수기업 경영자들의 모임도 활발하다. 영국 기업이 중심이 된 '300년 클럽(Tercentenarians Club)'과 프랑스 장수 중견기업 모임인 '소코다(Socoda)'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200년 이상의 장수기업 경영자 모임인 '레 제노키앙(Les Henokiens)'도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이 가족기업이다.
장수하는 가족기업의 이미지도 매우 긍정적이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될수록 창업자로부터 이어져 오는 남다른 기업가 정신, 신속한 의사 결정,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과감한 투자가 결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고용을 미래에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머크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셰이블레는 "가족 회사의 강점은 빠른 의사결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위스 로잔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 요아힘 슈바 교수는 "오랜 기간 영속하는 가족경영 기업의 소유주들은 어디서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안다. 그것은 신뢰를 가져다주며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고 했다.
◆ 가족기업, 독일 '히든챔피언'의 힘 = 독일은 지난해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과 3년래 최고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독일은 경상수지 1위 국가로 중국을 제치고 수출을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기는 나라다.
또 유럽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30%를 차지하며 세계시장 수출 점유율도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우리와 비슷한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지만 독일은 수년간 유럽을 강타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홀로 흑자를 유지해왔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독일은 주변국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지나치게 제조 부문에 의존하면서 서비스 사회로의 이행에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이런 비판의 시각은 완전히 뒤집혔다. 소위 서비스 강국이라 자부하는 영국, 프랑스, 미국 같은 나라가 경제적 위기에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의 힘은 제조업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독일 기업 전체의 90%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독일 제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중견기업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독일 내 가족기업은 300만 개 정도로 전체 중소ㆍ중견기업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독일 기업 전체 매출액의 41.5%와 고용의 57%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독일 중소기업이 세계시장 속에서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 되면서 독일 내에서도 커다란 영향력과 그 입지를 구축해왔던 배경은 바로 이들만이 보유한 강력한 기술경쟁력과 체계적인 기술인력 육성제도, 특히 국제화에 대한 선제적인 태도가 꼽힌다.
◆세계 1위 장수기업국 일본, '모노즈쿠리'의 힘 = 일본은 세계 최대 장수기업 국가다. 일본 제국데이터뱅크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업력 100년을 넘긴 일본 기업은 2만2000여개가 넘는다. 유럽 전체 100년 기업이 6000여개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
일본 장수기업은 매출액 1조원 이상의 대기업도 적지 않지만 소매업 중심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일본에선 자손들이 가업을 물려받으며 성장해온 이들 소규모 장수기업을 '시니세(老鋪)'라 부른다. 보통 직원수 10명 이하의 시니세는 일본을 기술중심의 중소기업 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 오미상인이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해 번성해온 것처럼, 일본의 많은 시니세들은 신용을 중시하는 사훈(社訓)이나 사시(社是)를 가지고 있다.
이들 일본 강소기업들의 힘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모노즈쿠리(장인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모든 산업 분야와 공정에 모노즈쿠리를 접목한 '열린 모노즈쿠리'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1400년이 넘는 역사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히는 곤고구미(金剛組)는 철저한 '모노즈쿠리'로 유명하다. 곤고구미의 장수비결은 고객과 쌓아온 신뢰가 원동력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본질은 신뢰…전통과 혁신의 조화 = 신뢰 경영만으로 장수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을 거듭하면서 탁월한 성과도 내야 기업은 영속하기 때문이다.
호세이대학의 쿠보타 쇼우이치 교수는 장수 기업의 성공비결로 시대와 환경 변화에 교묘하게 적응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은 창업 이래 고유기술과 노하우를 고수하면서도 기술 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또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틈새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이다. 고객,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중시하고 핵심 사명을 고수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쿠보다 교수는 "건강한 장수 기업은 명확한 기업이념과 경영원칙을 세워 반드시 준수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전통을 중시하면서 혁신을 추구하고 종업원을 소중히 여긴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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