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의 예전 광고카피다. 이런 일이 증권가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삼성물산 과 삼성물산 합병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증권가 핫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증권사 중 거의 유일하게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의 윤태호 연구원도 "삼성물산의 경영권 확보와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통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의견을 냈지만 김 센터장처럼 대놓고 반대를 외치는 입장은 아니었다. 이번 싸움을 두고 국내 증권가에서는 합병 성공과 삼성 측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과 분석이 주를 이루는 와중에 김 센터장이 독야청청 '반대'를 외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 센터장의 과감한 목소리에 튀는 행보로 곧잘 거론되는 한화투자증권의 주진형 대표의 영향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얼마 전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한화그룹과 삼성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리포트가 그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겠냐는 시선도 있다.
혹자는 김 센터장의 용감한(?) 리포트를 두고 출신·배경을 거론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뉴욕대학교와 뉴저지주립대학교에서 공부했다. ABN암로 주식리서치 부장을 시작으로 BNP파리바 주식리서치 상무,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리서치담당 본부장 등 외국계에 몸담았다. 은연중에라도 오너와의 관계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보통 직장인과 마인드가 다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공교롭게도 김 센터장이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제기한 리포트를 낸 지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교보증권은 '합병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고서를 냈다. 유진투자증권도 '합병 무산 시 발생할 주가 하락을 감내하고 합병 반대를 찬성할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합병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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