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충남)=아시아경제 주상돈·원다라 기자] "우리 아들도 고 2때 장학금 받았다. 서산 시내에서 그분 장학금 안 받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여기서 12년간 장례도우미를 했지만 이렇게 사람 많이 온 건 처음 본다. 성완종 전 회장은 평소 선거 때가 아니어도 항상 조문도 많이 오고 병문안도 자주 왔다. 안타깝고 충격적이다."(서산의료원 장례도우미 윤모씨)
장례식은 의료원의 총 250석 규모 특실2곳에서 치러졌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조문객 6000여명이 빈소를 찾았다. 그가 남긴 메모의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정관계 인사의 발길은 뜸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대표와 같은 당 이인제·정몽준 의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한길 의원 등만이 성 전 회장을 조문했다.
장례식장 인근에서 만난 서산 시민들은 애통함을 숨기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의 생전 모습을 회고하며 안타까워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상범(68)씨는 "젊었을 때부터 장학재단 운영해서 학생들 많이 도왔던 분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번 태안에 배 침몰했을 때도 다른 국회의원들은 오지도 않았는데 그 분은 굉장히 헌신적으로 꾸준히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충남 민심이 선거에서 항상 중요했는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밝혀질지 모르지만 다음 선거에 성회장의 죽음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근에서 사업을 한다는 배모(58)씨는 성회장의 죽음에 대해 '공정함 사라진 한국사회의 단면'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나도 장사를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도 기업이 뭐 좀 하려고 하면 소위 '끗발'있는 사람들이 돈을 요구한다"며 "성회장이 처음부터 정치권에 돈 대려고 사업을 시작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마 특검을 한다 하더라도 높은 사람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만들어놔서 특검은 하나마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68)은 "돌아가신 것 자체는 안타깝지만, 돌아가신 이후로 진행되는 여론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특히 그 분께서 남기신 메모에 친박계 정치인만 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40분께 시작된 성 전회장의 발인예배는 유족대표 헌화, 축도의 순으로 1시간가량 이어졌다. 정치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인제 의원만 자리를 지켰다. 이어 시신은 300여명의 추도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산시 응암면 도당리 성 전회장의 부모 합장 묘 곁에 안장됐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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