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그래야 사람이다
세월호는 말한다…'목구멍이 포도청' 변명은 그만
[아시아경제 ]
‘그래야 사람이다’는 이 더불어 함께 사는 것에 대해 경기도 안산의 ‘치유공간 이웃’ 이명수 대표가 처절하게 외치는 산문집이다. ‘안산과 치유’에서 금방 세월호가 떠오른다면 충분하다. 그 정도만 되도 당신은 주변과 사회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또 세월호냐? 그냥 잊으면 되지 무슨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냐?’라 되물어선 정말 곤란하다. 이명수 씨의 외침은 ‘진실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의 발 밑에서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진보, 보수 등등 서푼어치도 되지 않는 이념의 잣대를 여기다가 들이댄다면 당신은 결코 사람일 수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돈이나 동정 같은 것들이 아니다.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식 잃어 창자가 끊어진 어미 원숭이의 단장(斷腸)의 슬픔이 간단히 마음 접는 것으로 다스려질 수 없어서다. 이웃들이 돕는 ‘심리과학적 치유’가 필요한 이유다. 돕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이름들을 ‘잊으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잊지 않도록 보살펴 주면 된다. 그들의 슬픔에 마음을 내어 주는 것이다. 그 정도면 된다. 또 그래야 사람이다.
국어사전의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속담을 싫어한다. 우리는 이 속담을 무기로 너무 염치없이 살아왔다. 염치는 세상물정 모르는 반푼이들의 어리석은 사치였다. 일체의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나’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었다. 스스로의 인간적 품위와 존엄을 갖춰주지 못했다. ‘목구멍’을 위해 나를 초라하고 비굴하게 만들어온 것인데 그 문제에 대한 성찰 한 번 없었다. 영혼이 없으면 생각이라도 있어야 염치를 차릴 텐데, 저 속담이 지독히 혐오스럽다.
‘나는 절대로 그리 살지 않았다’며 자기는 쏙 빼놓는 돼지소풍은 이제 그만 가자. 그만 갈 때도 되었다. 그래야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 사회가 달라진다. 어렵고 거창하지 않다. ‘내 이웃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다’는 바로 그것을 하면 된다. 초지일관하지 않아도 된다. 힘들면 잠깐 이진으로 빠졌다 일진이 지쳐 쓰러지면 그때 또 당신이 나오면 된다. 살아있다는 것은 내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을 만나는 일이다. 그래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내 발목을 적시는 물이 누군가에겐 턱 밑까지 찼다면 내 불편함 정도는 견뎌줘야 내 턱밑에 물이 찼을 때 누군가가 나를 구해준다. 그래야 이웃이고 사람이다. 밥 중에는 성실한 밥, 옳은 밥, 아름다운 밥, 마음을 움직이는 밥이 있다. 그 밥들을 위해 사람들아, 정히 할 게 없다면 이 책이라도 한 권 사주자. (그래야 사람이다 / 이명수 / 유리창 / 1만 4천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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