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연초 상승하던 금값에 올라탄 투자자들이 또 다시 상투를 잡을 위기에 놓였다. 세계 경제가 안전자산,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을 덜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전 거래일 보다 0.3% 하락한 온스당 1200.8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1200달러선이 붕괴돼 1190.6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금값은 이달에만 6% 가까이 하락해 월간 성적으로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금은 당분간 미적지근한 투자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한주 간 금에 대한 선물ㆍ옵션 순매수 포지션은 전주 보다 18%나 감소한 11만164계약을 기록했다. 금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3주 연속 미끄러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되레 순매도 포지션은 44%나 급증해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또한 갑작스런 자금 이탈을 경험 중이다. 금 ETF 자산 가치는 이달 40억달러나 줄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강하게 상승하며 꿈틀됐던 금값이 갑자기 고꾸라진 데에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인으로 꼽혔던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및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험이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제 개혁안을 예정일 23일 보다 하루 늦춰 제출하기로 했지만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4개월 더 연장하겠다는 큰 틀의 합의는 이끌어내 디폴트 위기는 모면한 상황이다.

게다가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기록된 달러 가치는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3일 미국 주요 교역국 통화 바스켓으로 산정되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는 전날 보다 0.2% 상승한 1168.74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직결된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4~25일 미 의회 통화정책 증언에 나서는데, 옐런 의장이 만약 금리인상 시점에 신호를 줄 경우 달러 강세가 더욱 강해져 금 투자는 더욱 매력을 잃을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옐런 의장이 고용지표를 감안해 6월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가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는 점도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인 금의 수요를 약하게 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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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32개월 연속으로 Fed가 설정한 목표치 2% 밑으로 떨어져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0.6%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럽 경제가 어려움을 겪던 2009년 7월과 같은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일본도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이 어려운 상태다. 일본 중앙은행 BOJ는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2015회계연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도 지난달 CPI 상승률이 5년여 만에 처음으로 1%대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위험자산(주식) 선호심리는 오히려 강해져 세계 주식시장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지난주 67조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최대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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