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 / 대한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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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강의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 스포츠는 태릉선수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흔히 한국 스포츠의 메카로 불리는 태릉선수촌이 서울 미래 유산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3일 태릉선수촌이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울 미래 유산으로 최종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태릉(泰陵)은 강릉(康陵), 정릉(貞陵), 선릉(宣陵) 등과 함께 서울 시내에 있는 왕릉 가운데 하나다. 조선 제 11대 임금인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의 능이다. 태릉선수촌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가운데 태릉과 강릉 사이에 있다.

태릉선수촌은 스포츠 쪽에서 보면 의미 있는 시설이지만 문화재적인 측면에서는 늘 문제가 제기됐다. 선수 숙소를 개축할 때 층 수 제한에 걸린다든지 하는 문제는 이곳이 문화재 보호 구역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이에 따라 충청북도 진천에 태릉선수촌을 훨씬 능가하는 선수촌이 건설됐고 태릉선수촌은 동계 종목 선수들과 일부 행정 부서 인원만 남게 됐다.


글쓴이는 지난해 4월 3일 대한체육회 초청으로 진천선수촌 2단계 건립 사업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체육계 인사들은 2017년까지 진행되는 진천선수촌 2단계 건립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기원했다.

진천선수촌 2단계 건립 공사는 2011년 8월 완공된 1단계 사업에 이어 37개 종목 선수들이 과학적이며 효율적이고 편리한 훈련이 가능한 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2017년 전반기에 공사를 마치고 후반기에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1단계 사업이 완료된 가운데 글쓴이의 눈에 띈 건 야구장이었다. 야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진천 선수촌 1단계 사업이 진행될 때만 해도 올림픽에서 퇴출된 상태였다. 2단계 사업에서 건립될 훈련 시설에는 빙상경기장이 포함돼 있다. 태릉선수촌을 유지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남아 있는 동계 종목도 2단계 사업이 끝나면 진천선수촌으로 옮기게 된다. 럭비 경기장도 들어 있다. 럭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7인제 남녀부가 정식 종목으로 열린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15인제가 실시된 이후 92년 만의 일이다.


오랜 기간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던 야구와 럭비 경기장 등이 포함돼 있으니 28개 올림픽 정식 종목(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기준)보다 훨씬 많은 37개 종목의 시설이 진천선수촌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훈련 시설 외에 800명을 수용할 있는 선수 숙소, 500여명이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선수 식당 등 부속 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엄청난 규모다.


2000년대 이전 체육 기자들에게 태릉선수촌은 주요한 출입처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태릉선수촌과 관련한 추억들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선수촌 식당이다. 1980년대 태릉선수촌 식당에 가면 식반에 담는 음식 외에 정사면체 비닐에 담긴 S우유를 한 봉지씩 올려 줬다. 1960~70년대 병 우유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였고 지난해 진천선수촌에서는 종이 팩 우유를 마셨다. 선수촌 식단의 변천사를 우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선수촌 숙소에 기자가 무단으로 출입할 수 없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안면이 있는 감독과 선수 숙소에 들어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둔 어느 날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던 유도 선수 숙소에 갔더니 파란 눈의 이방인이 함께 있었다. 중국 무협 소설에 나오는 방랑 무사처럼 유도복 하나를 어깨에 걸치고 한 수 배우러 무작정 한국으로 온 스위스 선수였다. 국제 대회에서 알고 지내던 우리 선수들이 나서서 숙소를 마련해 주고 훈련도 할 수 있게 해 줬다. 일종의 게스트 하우스였다고나 할까.


글쓴이는 태릉선수촌이라고 하면 펜싱 선수들에게 미안한 일이 하나 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김영호가 남자 플러레 개인전에서 올림픽 펜싱 종목 첫 메달이자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펜싱은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메달박스 종목이긴 했지만 올림픽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태릉선수촌 정문 오른쪽 뒤에 있는 필승관 2층에는 펜싱, 3층에는 유도 훈련장이 있었다. 1990년대 내내 글쓴이는 2층의 펜싱 훈련장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3층으로 직행했다. 변명을 하자면 3층 훈련장에서는 김미정(금) 윤현(은) 정훈 김병주(이상 동 이상 1992년 바르셀로나), 전기영 조민선(이상 금) 곽대성 김민수 현숙희 정선용(이상 은) 조인철 정성숙(이상 동 이상 1996년 애틀랜타) 등 수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왔다. 포환던지기 선수 출신인 김미정이 장인권 당시 쌍용양회 감독 등 남자 지도자들에게 밀리지 않는 힘으로 겨루기를 하던 장면이 마치 어제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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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서울 미래 유산 표식 설치 등 관련 기념 사업을 펼쳐 미래 유산을 보존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태릉선수촌 시설물 가운데 어느 정도가 철거될지 모르겠지만 글쓴이에게 월계관 개선관 승리관 등은 오래도록 기억될 이름들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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