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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에 '기존대출 돌려막기' 아직도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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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대출 1조원 넘게 줄인 은행도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기술금융 시행 첫 해 9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일부 은행들이 기존 기업대출을 기술금융으로 돌려막는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8조9000억원에 달했다. 기술신용대출은 담보나 현금 창출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를 바탕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7월 시작 당시에는 기술금융에 회의적인 은행들이 참여를 꺼려하면서 실적이 지지부진했지만, 금융당국이 은행별 실적을 공개해 압박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자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기술금융이 여전히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외환은행 등 6대 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기술금융 실적은 6조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들 6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자영업자대출 제외)은 지난해 6월말 157조원에서 지난해 말 157조8000억원으로 8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기술신용대출 증가액(5조9000억원)의 7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기술금융 실적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우리은행은 4000여억원의 중소기업대출을 줄였으며, 외환은행도 비슷한 규모로 중소기업대출이 감소했다. 기술금융 실적이 7000억원을 넘는 국민은행은 무려 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중소기업대출을 줄였다.

기술신용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중소기업대출은 거의 늘지 않거나 되레 줄어든 이 같은 '모순'에 대해 은행 담당자들은 "정부의 독려를 못 이긴 '눈 가리고 아웅'식 실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기술금융 실적 부풀리기에 쓰인 대표적인 수법은 '대출 갈아타기'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사실 기존 거래기업이 일반대출로 받아도 될 대출을 기술신용대출로 '갈아타기'하도록 유도해 기술금융 실적을 올린 것이 많다"며 "올해도 당국이 실적을 독려하니 비슷하게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8조9000억원의 기술금융 실적 중 신규 거래기업에 대한 대출은 35%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65%는 은행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기업에 대한 대출이었다. 일부 은행은 기존 거래기업의 비중이 무려 80%에 달했다.

은행들이 기술금융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사용한 다른 하나는 베이비부머의 대규모 은퇴와 함께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자영업자대출을 활용한 것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자영업자대출은 이들 6대 은행에서만 8조원이 급증했다. 자영업자대출을 제외한 중소기업대출이 같은 기간 1조원도 못 늘어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말로는 기술금융을 외치면서 자영업자대출에만 열을 올린 셈이다.

이러한 자영업자대출이 통계상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된다는 점을 이용해 일부 은행은 기술금융 중 자영업자대출의 비중이 10%를 넘겼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기술금융은 1~2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정부가 너무 '속도전'으로 나가다 보니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대출이 대부분"이라며 "국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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