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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淸思]길 잃은 대한민국--위기의 근원은 박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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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연말정산 파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3월의 세금폭탄에 대한 분노로 타오른 불길이 국정운영 전반으로 옮겨 붙고 있다. 증세냐 복지축소냐를 둘러싼 정책논쟁부터 책임소재를 둘러싼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까지,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지고 있다. 복지와 증세를 둘러싼 각개약진과 각자도생만 있고 이견을 조정해 해법을 만들어 낼 리더십은 실종됐다. 대한민국이 길을 잃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감각도 상실했다.

 위기의 근원은 박근혜 대통령에서 시작한다. 강력한 대통령제 아래서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을 해왔던 박 대통령은 지금 어려움에 처해있다. 스스로 자초했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잠재해있던 국민들의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들의 소리에는 귀 닫고 입만 열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연말정산 파동은 부어진 기름에 성냥을 던진 것이다. 뒤늦은 청와대 개편으로 민심이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국민은 삶이 고단해도 참았다. 어려워도 희망이 있었다. 선거 때는 경제민주화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회통합과 대타협도 공언했다. 그런데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약속했던 봉우리는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길을 갔어도 성과가 있으면 참겠다. 성과도 없이 '경제'만 내세우며 고단한 삶을 더욱 윽박지르는 느낌도 든다. 더 이상 못 믿는다. 능력과 진실성 모두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거기에 기름을 붓고 불을 던졌다.

 권력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있는 돛단배일 뿐이다. '증세 없는 복지' '세목신설이나 세율인상이 없으면 증세가 아니다'는 등의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은 2년 동안 지적돼 왔다. 참아오던 민심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비등점에 도달했다. 여당이 눈치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세금을 더 내는 국민이 증세로 받아들이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편법증세' '꼼수증세'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정청은 소급입법을 통해 낸 세금을 일부 돌려주는 정도로 사태를 봉합했다.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봉합됐다. 안종범 청와대 수석은 여전히 "증세가 아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근본은 변한 게 없다. 새누리당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실현 불가능한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수준일 뿐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문책을 요구한다. 세수추계를 거짓 보고한 정부의 책임소재를 따지기 위한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주장한다. 힘이 실리지 않는다. 거짓추계에 속았다는 주장을 믿기 힘들다. 지난해 말 서민증세라고 주장하면서 무기력하게 담뱃세 2000원 인상에 동의해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당, 정부, 청와대, 야당 모두 해법을 마련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여론의 동향을 보면서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반전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느낌이다. 길을 찾아야 하는 향도들이 제 역할을 못 하니 국민들만 고생이다. 어느 정파가 됐든 혼자서 나라를 끌어가기에는 대한민국은 큰 나라다. 이제는 양적성장 외에 질적발전을 도모할 때다. 더불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답을 구할 수 있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독선의 리더십을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리더라는 분들에게 카뮈의 어록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나는 이끌지 않겠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나는 추종하지 않겠다. 그저 내 옆에서 걸으며 내 친구가 돼 달라."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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