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근원은 박근혜 대통령에서 시작한다. 강력한 대통령제 아래서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을 해왔던 박 대통령은 지금 어려움에 처해있다. 스스로 자초했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잠재해있던 국민들의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들의 소리에는 귀 닫고 입만 열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연말정산 파동은 부어진 기름에 성냥을 던진 것이다. 뒤늦은 청와대 개편으로 민심이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권력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있는 돛단배일 뿐이다. '증세 없는 복지' '세목신설이나 세율인상이 없으면 증세가 아니다'는 등의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은 2년 동안 지적돼 왔다. 참아오던 민심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비등점에 도달했다. 여당이 눈치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세금을 더 내는 국민이 증세로 받아들이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편법증세' '꼼수증세'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정청은 소급입법을 통해 낸 세금을 일부 돌려주는 정도로 사태를 봉합했다.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봉합됐다. 안종범 청와대 수석은 여전히 "증세가 아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근본은 변한 게 없다. 새누리당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실현 불가능한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수준일 뿐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 정부, 청와대, 야당 모두 해법을 마련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여론의 동향을 보면서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반전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느낌이다. 길을 찾아야 하는 향도들이 제 역할을 못 하니 국민들만 고생이다. 어느 정파가 됐든 혼자서 나라를 끌어가기에는 대한민국은 큰 나라다. 이제는 양적성장 외에 질적발전을 도모할 때다. 더불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답을 구할 수 있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독선의 리더십을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리더라는 분들에게 카뮈의 어록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나는 이끌지 않겠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나는 추종하지 않겠다. 그저 내 옆에서 걸으며 내 친구가 돼 달라."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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