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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근병법...모비스전술, 그 안에 다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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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세번 완독…선후배와 소통하라·연습할땐 실전처럼·실책이 나오면 고함

양동근은 승부 앞에서는 수다쟁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리그에서 가장 오래 뛰었고, 경험도 그만큼 많다.[사진=김현민 기자]

양동근은 승부 앞에서는 수다쟁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리그에서 가장 오래 뛰었고, 경험도 그만큼 많다.[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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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중요한 고비지만 다를 거 없어요. 동료들과 더 많이 얘기할 뿐이죠."

최근 다섯 경기에서 2승 3패로 주춤한 울산 모비스(27승9패). 다시 선두로 올라설 기회가 왔다. 1위 서울 SK(28승9패)와 22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부딪힌다. 주장 양동근(34)은 농구화 끈을 질끈 동여맨다. 가장 먼저 코트에 뛰어들어 몸을 푼다. 분주한 움직임에 체육관에는 일순간 긴장이 돈다. 후배들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그만의 소통 방법이다. "애들부터 저한테 말을 걸지 않아요. 어려운 거겠죠. 이 팀에서 가장 오래 있었으니까요." 숙소나 원정 경기를 위해 찾은 호텔에서도 다르지 않다. "5년 전만 해도 선후배간 대화가 잦았죠. 많이 뭉치기도 했고요.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문제예요. 혼자 있어도 할 게 많아진 세상이잖아요."
양동근[사진=김현민 기자]

양동근[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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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양동근도 휘슬과 함께 뜨거워진 코트를 누빌 때면 수다쟁이가 된다. "팀워크를 잃으면 어떤 팀도 이길 수 없어요. 소통이 이뤄져야 코트를 웃으면서 나올 수 있죠. 그래서 알아듣지 못한 선수가 있으면 다시 뛰어가서 얘기해줘요. 특히 어린 선수들이요. 긴장해서 작전을 잊어버리기 쉽죠." 승리를 향한 열망은 때때로 강한 질책으로 표현된다. 손발이 맞지 않아 실책이 나올 때면 고함을 쳐 동료선수를 자극한다. "수비에서 실수가 나오면 용납할 수 없죠. 한 선수가 다른 네 명의 고생을 헛되게 만드는 꼴이거든요." 외국인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주득점원이기에 앞서 팀원이잖아요. 자신이 특별하다고 착각하거나 방심한다면 당연히 쓴 소리를 해야죠. 변명을 내놓으면 더 강한 말투로 얘기해요."

양동근[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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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의 채찍을 다소 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인격모독이 아니냐는 얘기를 몇 번 들었는데 운동선수들의 세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예요. 일반 회사처럼 보시면 곤란해요." 그동안 쌓은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모비스는 근래 농구 명가로 거듭났다. 양동근을 중심으로 조직력 농구, 팀 컬러를 갖춰 지난 열 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 4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 통합우승 2회 등의 업적을 이뤘다. 2008~2009시즌 정규리그 우승 한 차례만 그가 없던 시기에 이룬 것이다. 유재학(52) 감독은 "동근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악착같은 플레이와 솔선수범을 선수단에 뿌리내렸다"고 했다.

양동근[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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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은 올 시즌에도 변함이 없다. 서른여섯 경기를 모두 뛰었는데 22일 현재 출장시간(1243분35초)이 리그에서 가장 길다. 평균으로 환산해도 선두(34분33초).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움(평균 5.42개)과 두 번째로 많은 가로채기(평균 1.69개)를 했다. 평균 득점은 17위(11.64점)다. "동료들 덕이죠. 지난 3년 동안 이탈 없이 손발을 맞춰왔거든요." 그 역시 후배 선수들을 열심히 돕는다. 비디오를 함께 보며 앞으로 경기할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지난해 손자병법을 세 번 정독했는데, 농구 교과서 같아서 소름이 끼쳤어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면 나중에 '저 선배랑 뛸 때가 참 좋았어'라고 해줄 후배 한 명쯤은 나오지 않을까요. 하하."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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