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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칼, 中 진주목걸이 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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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기존 친중전략과 단절 선언…해상 실크로드 장악 차질 예상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중국 해군 북해함대 소속 잠수함 한 척이 지난해 9월 7일 스리랑카 콜롬보항에 비공개리에 들어왔다. 어뢰와 크루즈 미사일, 360파운드(약 163㎏)짜리 탄두를 장착하도록 설계된 잠수함 창청(長城)329호였다. 이 잠수함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스리랑카를 방문하기 전날인 15일까지 콜롬보 국제컨테이너터미널 부두에 머물렀다.

현지 매체가 이 잠수함이 들어온 사실을 보도했다. 중국군 잠수함이 인도양에 출현한 것이 확인되기는 처음이었다. 스리랑카 국방장관은 "군사작전상 친선 방문"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스리랑카 국민은 물론 인도의 생각은 달랐다. 인도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국방장관을 뉴델리로 불러 스리랑카가 중국 잠수함이 인도양에 오도록 용인함으로써 인도 안보를 위협했다고 경고했다. 국방장관은 이 경고를 무시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1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정상회의에서 만난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레드 노티스'를 꺼내보였다고 최근 현지 언론매체 스리랑카 가디언이 전했다.

중국이 장악하고자 하는 해상 실크로드. 사진은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신임 스리랑카 대통령. 사진=스리랑카 대통령실

중국이 장악하고자 하는 해상 실크로드. 사진은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신임 스리랑카 대통령. 사진=스리랑카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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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해상 실크로드에 암초= 중국과 경제ㆍ안보 분야에서 밀착했던 라자팍사 정권이 물러나면서 스리랑카의 대외관계에 일대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8일 대통령 선거에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 보건부 장관이 당선됐다.

신임 시리세나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대외)정책이 앞으로 6년 더 이어진다면 "스리랑카가 식민지가 되고 우리는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선거공약집에서 "백인이 군사력으로 강탈한 땅을 이제 외국인들이 몇몇 사람에게 몸값을 주고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라자팍사 당시 정부의 친중(親中) 외교노선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스리랑카 야당으로 시리세나 후보를 지지한 연합통일국민당(UNP)은 중국의 스리랑카 개발에 반대해왔다. UNP 지도자로 지난 9일 시리세나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총리로 지명된 라닐 위크레메싱헤 전 총리는 지난달 중국이 추진하는 콜롬보항 인공섬 프로젝트를 취소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진주 목걸이 인도양에 흩어져”= 스리랑카 가디언은 14일 '잠수함 창청329호가 마힌다호를 뒤흔들었다'는 기사에서 중국의 '진주 목걸이'가 인도양에 흩어졌다고 표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시리세나 대통령이 중국의 전략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주 목걸이는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가리킨다. 중국은 콜롬보항 개발과 화력발전소 건설 등을 제시하며 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대한 스리랑카의 협조를 약속 받은 바 있다. 스리랑카의 콜롬보ㆍ함반토다항은 남중국해-인도양-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스리랑카를 방문해 라자팍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우호 관계를 다졌다. 시 주석은 14억달러를 들여 콜롬보항에 인공섬을 조성ㆍ개발하는 등 40억달러를 투자하는 선물 보따리 20개를 풀어놓았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계기로 스리랑카와 항구건설ㆍ운영, 항구 인근 공업단지 건설, 기초시설 건설, 해상안보 분야 등에서 스리랑카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은 "시 주석이 주창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와 인도양의 해상운송 중심국가로 발전하겠다는 스리랑카의 구상이 합치되는 점이 많다"며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요청했다.

◆인도ㆍ일본에 다가선다= 스리랑카는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이웃한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중은 시리세나 대통령이 첫 방문국으로 인도를 택한 데서 나타났다. 라지타 세나라트네 스리랑카 대통령 대변인은 지난 11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청에 응해 내달 인도를 방문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도와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라자팍사의 패배를 중국의 패배와 인도의 승리로 여긴다고 스리랑카 가디언은 전했다. 인도는 이번 선거로 스리랑카 정권이 교체되자 눈에 띄게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모디 총리는 개표가 완료되기도 전에 시리세나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인도는 중국이 해상 실크로드를 장악하기 위해 스리랑카를 군사적인 영향권 아래 둘 경우 인도양 패권을 빼앗기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식에서 "국제사회와의 유대를 개편하는 외교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 정권 때 미국ㆍ유럽과의 관계가 단절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서방 국가들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타밀 반군과 전쟁을 벌이면서 저지른 반인권 행위를 비판하며 원조를 중단했다. 중국은 서방 국가들이 관계를 단절한 스리랑카에 다가갔고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이를 반겼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신임 시리세나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스리랑카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일본을 저울추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은 스리랑카와 해상 안보에서 협력하는 양국간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으며 스리랑카에 순시선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지난해 9월 스리랑카를 방문해 라자팍사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 내놓은 것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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