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만든 사이코패스' "과잉불안 만연"
-대중들 범죄자 가운데 23.4%, 일반인 가운데 7.1% 사이코패스라 생각, 과잉추정
-"언론 기사가 과잉 불안감 조성…처벌 위주의 정책 만들 우려도"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일반인들이 사이코패스의 존재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인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대한범죄학회 최신호(8권 2호)에 실린 '사이코패스 관한 대중의 인식과 두려움' 논문에 따르면 성인 응답자 254명을 대상으로 사이코패스의 비율을 물은 결과 응답자들은 평균 범죄자들의 23.4%라고 추정했다.
이는 2000년에 발표된 연구논문이 추정한 범죄자들의 사이코패스 비율 11%를 두 배이상 넘어서는 수치다.
응답자들이 추정한 일반인 가운데 사이코패스 비율도 평균 7.1%를 기록, 이 역시 선행연구(1%)보다 사이코패스 비율을 높게 추정했다.
대중들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사이코패스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들에게 사이코패스 판단 기준 20가지를 제시한 뒤 사이코패스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특성을 묻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함' '후회나 죄책감 결여' '냉담함 혹은 공감능력의 결여'를 꼽았다.
연구를 진행한 박지선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세 가지 문항모두 언론 기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루어진 내용"이라며 "대중들이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단할 때 다각적 측면을 고려하기 보다는 일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가지 가운데 '여러 번의 단기 혼인관계' '입심 좋음 혹은 피상적 매력'은 실제 사이코패스의 진단 기준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은 사이코패스와 비교적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이코패스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되는 범죄 유형으로는 연쇄살인(59.3%)이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묻지마 범죄, 무동기범죄순이었다. 범행 수법으로는 시신훼손, 시신 유기, 범행계획, 피해자 탈의 순으로 사이코패스와 가장 연관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행 연구에 따르면 실제 사이코 패스 범죄 가운데 살인의 비율과 연쇄범죄의 비율도 낮은 수준이었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범죄자로는 유영철(43.9%)이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강호순(18%), 오원춘(11.6%), 김길태(5%)화성 연쇄 살인범(3%), 용인 엽기 살인범(2.7%)순이었다. 이 가운데 경찰청 검사 결과 사이코패스로 판명된 경우는 유영철과 강호순 뿐이다.
응답자들은 일주일 동안 사이코패스 관련 기사를 평균 3.1건 본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의 59.4%는 사이코패스 관련 기사를 보는 것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킨다고 답했으며 71.7%는 사이코패스 관련 기사가 범죄 감소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나 두려움은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나 양형 기준 등 형사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극히 소수에 불과한 사이코패스의 비율을 과다추정하고 연쇄 살인이나 시신 훼손 등의 잔혹한 범행 수법을 전형적으로 연계시켜 생각하는 것은 범죄자 전반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가중시켜 처벌 위주의 정책으로
그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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