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신범수 기자]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은 장관의 경질에 크게 당혹해했다. 장관의 경질은 늘 있는 일이지만 유진룡 당시 장관이 경질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행태들이 매우 이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문체부 주변에서는 유 전 장관의 전격 경질이 각종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불화를 빚었던 것에 원인이 있었다는 의혹을 보냈으나 당시 유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 뜻한 바가 있어 이미 오래전부터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인사 배경에 대해 일체 함구했었다. 그럼에도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 공석 사태까지 불사하면서 장관이 경질된 것을 둘러싼 의혹들은 지금껏 의혹으로 남아 있었다.
거의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이뤄진 '유진룡 장관 경질' 미스터리가 4개월여가 지난 지금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파동 속에 나오고 있는 관련자들의 증언이 당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진상을 벗겨내고 있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 및 주변 인물들은 청와대와 유 전 장관이 첫 단추부터 갈등을 야기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유 전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적재적소에 제대로 된 인사를 실시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취임 직후 '예술의 전당' 사장에 고학찬(66) 윤당아트홀 관장을 임명했을 때부터 '소신 인사'가 여의치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장 인사였던 고 사장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의 문화예술분야 간사, 대선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문체부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산하기관장 인사가 보은 논란을 낳으면서 장관 재직 내내 자신이 구상한 인사를 할 수 없어 무력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 경질과 함께 의혹이 많이 쏟아졌던 체육국장 및 체육정책과장 교체도 이번에 의문이 벗겨지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인사는 작년 9월초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문체부는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을 전격 대기 발령하고, 후임을 교체했다. 이 건은 그보다 4개월 전인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체부는 박 대통령 지시로 태권도 판파 판정 및 승마협회 비리 등 체육계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윤회씨의 딸이 국가대표 승마 선수로 선발된 것과 관련, 정씨에게 불리한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정씨는 이를 박대통령에게 불만 섞인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이에 따라 정씨와의 사적 관계가 국정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시 노 전 국장은 2012년 2월 체육국장으로 임명된 이후 런던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는 데 기여했으며 체육정책 '스포츠비전 2018' 및 체육단체 전방위 감사 등 굵직한 현안을 관리해왔다. 때문에 청와대 외압에 의해 좌천됐다는 설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지난 8월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 선임 건도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꾸준히 제기된 사항이다. 방송인 자니 윤(78ㆍ본명 윤종승)씨는 여러차례 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에 올랐었으나 결국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자니 윤은 관광산업 경험이 전무한 방송인 출신으로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당내 경선 캠프 재외국민본부장, 대선 캠프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내 '보은인사' 논란을 낳은 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정권 실세가 자니 윤을 잘 챙기라고 유 전 장관에게 부탁했는데 유 전 장관이 상임 고문이라는 예우만 있는 자리를 제안하자 자니 윤이 이를 실세에게 서운한 심정을 내비쳐 갈등설이 불거졌다"며 "유 전 장관이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2006년 차관 경질 이후 을지대 부총장과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 등으로 재직했으나 이번 경질 이후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주요 공직을 맡은 유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장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결국 단단히 '미운 털"이 박힌 셈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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