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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말을 걸었다"‥김사인의 '詩詩한 다방'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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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시시한 다방' 진행을 맡은 김사인 시인과 김나영 문학평론가

'시시한 다방' 진행을 맡은 김사인 시인과 김나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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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말을 걸었다. 지난 2일 시 전문 팟캐스트 '詩詩(시시)한 다방'이 첫 방송을 했다. 시청자들은 따뜻하고, 편안하게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이다. 최근 출판사들은 팟케스트를 책 홍보수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라는 문화 콘텐츠를 전문으로 매니아들과 소통에 나선 경우는 드물다. 이번 '시시한 다방'은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의 전달과 소통 방식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팟캐스트는 '유연성'과 '의사소통'이라는 특성으로 젊은 층이 선호하는 매체다. 또한 기존 매체가 갖지 못한 참신성과 신속성, 콘텐츠의 깊이를 지녔다. "오늘날 시가 무력한 시대"라는 고은 시인의 말을 모두들 동의한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문학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임을 알려 준다.

진행을 맡은 김사인 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은 "동네다방에 괜히 들렀다가 좋은 향을 맡듯 시를 들으며 머물고 가라"며 "카페도 아니고, 다방이라니 꼭 철 지난 이름 같다. 하지만 오래된 편안함을 나눌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학평론가 김나영과 함께 진행하는 '시시콜콜'이라는 코너에서 진은영 시인을 초대해 시와 작품세계, 삶에 대한 깊고 진솔한 이야기, 세상에 대한 참여 등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진은영 시인은 "나의 문학을 만들어준 사람은 할머니"라며 "장사하는 부모님 대신 폭력적인 할머니 손에서 키워지면서 세상을 사유하고 문학에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진 시인은 또 "그런 할머니를 몹시도 사랑하고 미워하기도 하는 마음이 어느덧 시인의 길로 이끌어줬다"고 고백했다. 이어 "세월호 사태로 무력감에 휩싸였던 시간에도 시를 통해 회복되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첫 방송에서 김사인 시인의 은근하고 깊은 목소리에선 '詩詩하고' '콜콜한' 감동이 물씬 전해졌다. 특히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라는 신동엽 시인의 '산문시' 낭독은 시가 읽는 것이 아니라 읊는 문학 형태라는 걸 알게 한다. '시시한 다방'은 '김두식ㆍ황정은의 라디오 책다방',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이어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추구하는 창비 라디오 팟캐스트의 세번째 채널이다. '김두식ㆍ황정은의 라디오 책다방'과 '진중권의 문화다방'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다. 시는 본래 읽는 것이 아니라 읊는 문학 형태다. 따라서 '시시한 다방'은 다른 팟캐스트와는 달리 시를 들려주는 방송으로 차별성이 돋보인다. '시시한 다방'은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에 업로드된다.

진행자인 김사인 시인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여러 해 동안 FM-라디오 불교방송의 프로그램 '살며 생각하며'를 생방송으로 진행한 바 있다. 이번 방송과 관련, 김사인 시인은 "오직 시와 시인만으로 채워지는 '시시한 다방'이 자극적이거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지는 않겠지만 문학과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 곁에 오래 남아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팟캐스트는 이미 '나꼼수', '뉴스타파', '이털남' 등 정치적 성향을 띤 매체들로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상태다. 현재 하루에 두개꼴로 새로운 팟캐스트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일반인도 쉽게 자신의 채널을 만들 수 있다. 이에 콘텐츠를 가진 매니아들의 채널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점차 문화예술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 대중과의 문화 소통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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