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주로 생활하면서 서울은 물론 각 지방을 쫓아다니며 속도전을 펼친 탓에 세월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민간의 제조업이나 정보기술(IT)산업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으니, 지방으로 내려온 공기업 임직원들에게만 유난히 시간이 빨리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 터다.
이렇게 내일을 계획하기 바쁜 와중에 돌아봐야 할 것은 현재다. '현재는 귀한 선물(The present is a present)'이라는 말처럼 지금 당장 충실하지 않으면 미래의 계획이라는 것도 허망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좌우를 둘러보는 데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현재 닥친 일들에 집중해야 할 일이다.
당장 한국감정원의 입장으로 돌아가보면 정확한 부동산 정보를 생산해내는 일이 시급하다. 감정원이 생산해내는 통계치들은 전문가 집단인 통계청의 신뢰도 검증을 거친 것이어서 통계학적 신뢰도 측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리 있는 얘기다. 피부로 와닿는 현실은 실로 다양하기에 통계치가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통계란 항상 제한된 모집단 안에서 조사되고, 그 안에서 수치가 등락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이 전제로 될 때 세계 최고의 부동산공시ㆍ평가ㆍ보상ㆍ통계기관으로서 한국감정원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가 표방한 '공정성ㆍ전문성ㆍ윤리성'이라는 모토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주어진 문제를 해소해나가려 노력하는 주체들이 늘어날수록 국가와 사회는 행복해진다. 공기업으로서 부채감소와 방만경영 해소는 물론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런 점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아쉽기만 하다.
러시아의 대 문호 도스토옙스키는 28세의 나이로 일찍 생을 마감할 위기를 맞았다. 반체제 혐의로 사형장에 몰려 마지막으로 주어진 5분. 그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2분간 기도하고 2분간 허송세월을 반성한 후 1분간 주위를 둘러보며 인사를 나눴다. 그대로 사형이 집행됐더라면 '죄와 벌' 등의 대작을 우리가 만나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행 직전 극적으로 감형 전갈이 당도해 살아남았다. 그에게 주어진 5분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것이다. 5분이라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충실하게 살아야 할 일이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