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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등 대기업집단 상표권 관리실태 매우 ‘심각’

최종수정 2018.09.11 00:32 기사입력 2014.11.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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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위성그룹들, 별도 등록 없이 모그룹이름 쓰고 있어 소비자에 혼란 주고 중소기업들도 지식재산권 피해…특허청, ‘정상화 위한 상표심사지침’ 마련해 관리 강화

박성준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이 20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국내 그룹사 등 대기업집단들의 상표권 관리실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그룹에서 떨어져나간 가족·위성그룹이 별도 등록 없이 모그룹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중소기업들도 지식재산권 관련피해를 입는 실정이다.

◆대기업집단 상표권의 허술한 관리실태=20일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법상 그룹계열사 끼리라도 법인이 다르면 비슷한 업종에 유사상표를 쓸 수 없도록 돼있음에도 많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그룹이름을 포함한 상표를 그대로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지주회사에서 상표권을 등록하고 계열사에 라이센싱(사용권)을 준 경우지만 계열사가 직접 그룹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 경우 여러 문제들이 생기고 있거나 생길 수 있다는 게 특허청의 시각이다. 수 십 개의 계열사가 그룹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얻어 씀에 따라 멀리 볼 때 브랜드 희석화와 더불어 상표가치마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그룹·중공업그룹·상선계열그룹·백화점그룹·해상화재보험그룹·산업개발그룹 등 10개의 가족그룹을 거느린 H그룹이 좋은 사례다. H그룹 이름을 쓰는 곳이 6개로 이들의 100여개 계열사가 H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박성준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이날 오전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H상표는 아무나 써도 되는 게 된다”며 “결국엔 브랜드가치 희석화로 치명적인 손상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룹도 74개 계열사 중 12개 회사에 상표권이 나눠지는 등 상표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에선 해당 L그룹이 상표권을 일원화해 관리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고 있다.

자회사가 그룹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가지면 인수합병 등으로 계열관계가 바뀐 뒤에도 자회사가 그룹명칭을 계속 상표로 쓸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소비자들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로 알고 제품 등을 사지만 실제론 전혀 관련 없는 회사일 수 있어서다. L관광은 L그룹과 현재 계열관계가 아님에도 L상표를 쓰고 있어 여행 관련 손님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신생기업이 대기업집단 그룹이름을 상표로 써서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건 부정경쟁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지도가 높은 그룹이름을 상표에 쓰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사용료를 주지 않으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매우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의 ‘힘’에 눌려 대항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강화 되는 특허청 상표심사 등 관리 방향=이에 따라 특허청은 ‘정상화 위한 상표심사지침’을 마련,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대기업집단의 글로벌브랜드 키우기, 기업경쟁력 높이기를 위해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관리 일원화는 물론 비정상적인 상표관행을 바로잡기로 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그룹이름이 들어간 상표는 하나의 상표관리회사나 지주회사가 일괄관리, 출원해야만 등록받을 수 있도록 적극 이끌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등록받아 쓰고 있는 상표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상표는 법적 안정성을 감안, 계속등록을 허용할 예정이다.

사례로 A제과, A호텔, A푸드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A그룹이 ‘A항공’이란 회사를 세우면 A그룹 계열사 상표권을 집중 관리하는 지주회사 이름으로 상표가 출원되지 않으면 ‘A항공’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A그룹의 각 계열사가 종래 각자 이름으로 등록받아 쓰고 있던 상표(A제과, A푸드 등)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상표(A제과 머핀, A푸드 치킨 등)를 출원하면 등록해주기로 했다.

박 국장은 “삼성, 에스케이, KT, 엘지, 신세계, 지에스 등 많은 대기업집단들은 상표권 일원화가 마무리됐지만 아직도 일부 그룹의 경우 상표권 일원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그룹 오너들의 2세, 3세 경영과 함께 지배구조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대기업 상표관리관행이 이어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런 정책적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이번 심사지침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 1년간 대기업 등록상표에 대해 철저한 실태조사와 기업의견을 들었으나 앞으로도 기업들 애로에 귀 기울일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상표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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