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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식 실업률이 현실과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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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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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실업률이 4% 정도면 사실상 완전고용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에 2%대였고 취업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지금도 3% 초반의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드문 나라다. 그래서인지 지난주 통계청이 공식 실업률 외에 고용보조지표를 발표하자 많은 언론이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실업률이 발표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통계청과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동안 세계 각국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을 한국에도 적용한 '제대로 된 실업률'을 발표해 왔다. 그렇다면 체감 실업률과 공식 실업률은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15세 이상의 인구는 누구든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하나에 속한다. 만일 모든 개인이 확실하게 그 중 한 범주에만 속한다면 공식 실업률도 체감 실업률과 괴리 없이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세 범주들 사이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고 통계 작성상의 인위적 기준에 의존하는 바 크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고용보조지표에 따르면 취업과 실업, 취업과 비경제활동, 실업과 비경제활동의 경계 안에 속한다고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의 크기는 통계적으로 계측된 실업자 수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사람마다 체감하는 실업률의 기준 또한 상이하다. 실업자를 정의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실업자로 정의되려면 일자리를 갖고 있지 않고, 구직 활동을 하고,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일할 수 있어야 하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일자리 유무 판단이나 구직 활동 여부 판단에는 누가 보기에도 자명한 기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비공식 부문의 일자리나 한계적인 비정규직 일자리에 있는 불완전취업자들을 상당수 반영해야 한다든가, 구직 활동의 정의를 보다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든가 하는 의견은 다 이러한 점과 관련돼 있다.

더 주관적인 차원의 문제도 존재한다. 조사 과정에서 질문을 받는 사람이 구직활동을 했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그 구직 활동의 내용을 감독해야 하는가. 이러한 점들은 구직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얼마나 논쟁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어느 한 가지 기준에 입각해 작성된 실업통계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더군다나 중첩된 영역의 크기가 커지는 경제위기 시나 불황기에는 특히 그러하다. 그러므로 그간 우리나라 실업률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국의 실업률 계측 방법이 자의적임을 지적한 것이라기보다는 취업ㆍ실업ㆍ비경제활동의 중첩된 영역에 대한 통계를 적절한 기준에 입각해서 발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필요에 부응해서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보조지표들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안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없던 통계가 만들어지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시작하고 관련 연구도 활발해진다. 장기간에 걸친 고용보조지표 추이를 고찰함으로써 불경기에 취업과 실업의 변경에 있는 노동자군과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의 변경에 있는 인구집단이 증가하는 양태와 그 이유에 관해서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제비교를 통해 중첩지대에 속한 집단의 크기가 나라마다 다른 이유를 비교하는 연구도 활발해 질 것이다. 불완전취업, 잠재 구직, 구직 단념(실망실업) 등 취업과 실업의 변경에 속하는 집단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통화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노동시장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도 증진될 것이다. 고용보조지표 발표가 이러한 가능성을 통해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과 민생 안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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