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도대왕의 친필 한글 편지는 총 16점이 남아 있으나 3점만이 세상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 16점 전체가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1일 18세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 세 편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현대어로 풀어 쓴 '소장자료총서'를 발간한다. 대상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 ‘곤전어필’, ‘김씨부인한글상언’이다.
‘곤전어필’은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가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조카 김종선에게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자신이 직접 한글로 옮겨 쓴 소설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효의왕후가 이 글을 친필로 쓰게 된 동기와 취지를 적은 발문과 청풍 김씨 가문에 하사한 경위를 적은 김기후, 김기상의 발문이 수록돼 있다.
‘김씨부인한글상언’은 서포 김만중의 딸이자 신임옥사 때 죽임을 당한 이이명의 처 김씨 부인이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한글 탄원서다. 정자로 정성 들여 쓴 이 상언은 크기가 무려 81.5×160cm(세로×가로)에 달한다. 정치적 격변기에 일어났던 당쟁의 한 장면을, 한 사대부 여성의 절박한 심정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총서 발간과 관련, ‘조선 후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의 한글문화사적 해석’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의 학술 모임을 연다. 발표자는 서예 분야의 박정숙 교수(성균관대), 역사 분야의 정재훈 교수(경북대)다. 학술 모임은 국립한글박물관 강의실(1층)에서 21, 28일 양일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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