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투자금 늘었는데…일부 VC '쏠림 현상'
부익부 빈익빈 속 경쟁은 심화 “정리 불가피”

올해 들어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자본잠식에 따른 경영개선요구가 잇따르면서 시장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체 투자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자금이 일부 운용사와 후기 투자로 집중되자 경쟁에서 밀린 운용사를 중심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29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올해 1~4월 자본잠식을 이유로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VC는 ▲노바벤처캐피탈 ▲코나인베스트먼트 ▲더시드인베스트먼트 ▲에쓰비인베스트먼트 ▲브리즈인베스트먼트 등 5곳이다. 전자공시 특성상 보고 시점과 실제 발생 시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건)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자본잠식 VC 속출…벤처캐피털 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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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늘었지만 '후기 쏠림'…양극화 심화

자본잠식은 단순 규정 위반과 달리 운용사의 존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특히 경영개선요구 이후에도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시정명령으로 이어지며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공시에선 '자본잠식 → 경영개선요구 → 미이행 → 시정명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시정명령은 일정 기한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업무정지나 등록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 흐름과 달리 전체 시장 외형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VC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신규 결성된 벤처투자조합은 60개, 총 약정금액은 2조2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했다. 신규 투자도 423개사, 1조240억원으로 28.0% 늘었다. 다만 신규 투자 중 후기 투자 비중은 52.0%로 절반을 넘은 반면, 초기 투자 비중은 15.2%에 그쳤다.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간으로 이동하고, 운용사 간 체력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소형 VC 대표는 "국내 VC 자금의 상당 부분이 정책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라 시장 왜곡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운용사는 자금 조달이 수월한 반면, 중소형 VC는 매칭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중형 이하 운용사들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VC 펀드레이징도 난항…"플레이어 많은데 돈은 한정"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펀드레이징 환경도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 한 중견 VC 대표는 "대형과 중소형 운용사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흐름"이라며 "국내에 플레이어는 많은데 자금은 한정돼 있어 결국 경쟁에서 밀리는 운용사는 정리될 수밖에 없다. 펀드레이징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운용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회사 수 자체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지난해 1~2월 신규 등록 4개사로 총 253개사가 운영된 것과 달리, 올해는 같은 기간 신규 등록이 1개사에 그치고 일부 말소가 발생하면서 총 251개사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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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부 운용사는 동일 유형의 위반이 반복되고 있다. 에스씨퀀텀벤처캐피탈, 필로소피아벤처스, 네오인사이트벤처스 등은 자본잠식과 보고의무, 경영개선요구 미이행 등 복수 항목에서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았다. 단일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내부에서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와 비교하면 위반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 '1년간 미투자'나 '투자의무 비율 미달' 등 투자 활동 관련 지적보다, 자본잠식과 경영개선요구 미이행이 반복되고 있다. 투자 부진 단계를 넘어 재무 악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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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를 시장 논리에 따른 재편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실력이 없는 VC가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였던 측면도 있다"며 "경쟁을 통해 일부 운용사가 정리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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