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2년 7월21일 정조가 세손이던 때 외할아버지 홍봉한에게 보낸 편지다. 세손(정조)의 외조부 홍봉한과 정순왕후의 오라비 김귀주로 대표되는 두 외척 간의 갈등의 정점을 이룬 영조 재위 중 김귀주가 직접 홍봉한에 대한 상소를 올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해 정조는 총 39통의 편지로 억울함과 분노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편지 꾸러미에는 글씨나 정황으로 볼 때 혜경궁 홍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편지가 피봉에 포함돼 있다. 정조의 편지를 아버지 홍봉한에게 제때 전달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봉서를 보내라 한 말씀을 받들고도 못 보내었으니 죄송한 마음 끝이 없습니다"는 언문으로 된 사연이 담겨 있다. 혜경궁 홍씨의 남겨진 글씨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글씨 자체도 가치가 있다.
정조의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발언이라는 점에서 어떤 사료보다 중요하다. 또한 많은 편지 내용은 '실록' 등의 공식 역사기록과 비교를 통해서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홍봉한에게 보낸 어찰은 지금까지 학계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 어찰첩이 그 첫 번째 시도다. 앞으로 다른 기관이나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어찰첩들이 공개되고 번역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은 매년 도서관 소장 유일서 및 희귀서 중에 가치가 높은 자료를 발굴, '한국고전적국역총서'로 발간·제공해 관련 연구자 및 일반 국민들의 고전에 대한 관심 및 한국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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