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OPEC·OPEC+ 탈퇴…국제유가 질서 변곡점 맞나
이란 전쟁으로 중동 리스크가 극대화된 가운데 세계 원유 시장을 지배해온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 체제에 균열이 발생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UAE의 탈퇴로 OPEC의 생산능력은 13% 감소할 전망이다.
걸프 지역 OPEC 대표단은 UAE의 탈퇴가 OPEC의 시장 관리 능력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OPEC 내 지배력에 불만을 품은 여러 회원국의 반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일 카르텔' 분열…UAE 증산 시사
UAE, 동맹 관계 독자적인 길 모색
이란 전쟁으로 중동 리스크가 극대화된 가운데 세계 원유 시장을 지배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 체제에 균열이 발생했다.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내달 1일부터 OPEC+ 탈퇴와 증산을 선언하면서다. 이란 전쟁 발 석유 공급 충격과 함께 '오일 카르텔' 붕괴 리스크까지 겹치며 국제유가 질서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UAE는 28일(현지시간) 국영 WAM통신을 통해 OPEC 및 OPEC+ 탈퇴 결정을 밝혔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이어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회원국이다.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모든 전략을 매우 신중하고 오랜 시간 검토한 끝에 내린 것이다"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시장은 공급 부족 상태다"라고 말했다.
UAE 정부도 "탈퇴 이후에도 UAE는 계속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라며 "원유 시장의 수요와 여건에 맞게 점진적이고 신중한 방식으로 추가 (원유) 산유량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다.
이는 UAE 독자적으로 산유량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생산량을 두고 종종 갈등을 빚어왔다. UAE는 석유 생산량 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를 추진하려 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의 감축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UAE는 과거에도 OPEC 탈퇴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UAE의 석유 생산량은 일평균 약 480만 배럴에 달한다. 그러나 OPEC의 할당량 제도에 따라 하루 약 340만 배럴만 생산하고 있다. 증산 능력도 충분하다. UAE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를 통해 수년간 생산 능력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UAE 원유는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고 소시에테 제네랄의 상품 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하이그는 말했다.
OPEC 구조적 약화 가능성…사우디 역할에도 영향
UAE의 탈퇴 선언으로 인해 중동 오일 카르텔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UAE의 탈퇴로 OPEC의 생산능력은 13% 감소할 전망이다.
걸프 지역 OPEC 대표단은 UAE의 탈퇴가 OPEC의 시장 관리 능력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OPEC 내 지배력에 불만을 품은 여러 회원국의 반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헤 레온 리스타드 에너지의 지정학분석 책임자는 "장기적으로 OPEC의 구조적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OPEC에서 탈퇴한 UEA는 생산량을 늘릴 동기와 능력을 모두 갖게 되며, 이는 시장의 중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의 지속 가능성에 광범위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와 예멘 내전 갈등…경제적 경쟁 관계도 작용
UAE의 탈퇴는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석유 생산량 정책과 중동지역에서의 정치적 영향력 경쟁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오랜 긴장 관계에 정점을 찍은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두 국가는 예멘 내전을 계기로 각을 세운 바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내전에 공동 참전했지만 대리 세력 지원을 두고 각각 남부 분리주의 세력(STC)과 예멘 정부군(PLC)을 지원하며 갈등 관계에 놓였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사우디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이 UAE 측 거점인 아덴을 함락하고, UAE가 예멘에서 잔류 병력을 완전히 철수시키면서 군사 동맹이 사실상 끝났다는 시각도 나왔다.
또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경제적 경쟁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동 지역의 관광, 금융 중심지는 두바이로 상징되는 UAE였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두바이와 경쟁할 수 있는 금융중심지를 꿈꾸며 탈석유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하면서 경제적 집중을 받고 있다.
UAE 독자적 안보 노선 걷나
나아가 UAE가 외교 안보 정책에서 변화를 시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UAE는 이번 전쟁 기간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이란은 UAE에 2800대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는 걸프 지역의 다른 국가는 물론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무기보다 훨씬 많다고 WSJ는 지적했다.
페르시아만 전문가이자 라이스대학 베이커연구소의 연구원인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은 "기존 관계가 위기 상황에서 그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아부다비의 인식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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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안와르 가르가시 외교 아카데미의 에릭 알터 학장도 "OPEC 탈퇴 결정은 UAE가 동맹 관계에 있어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려는 더 큰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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