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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아침]비운의 복서 김득구와 잇단 비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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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1982년 오늘은 비운의 복서 김득구가 사망한 날입니다. 당시 그의 나이 불과 27세였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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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기 4일 전인 11월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호텔 특설링에서는 당시 WBA 라이트웨이트급 챔피언 이었던 미국의 레이 맨시니와 김득구의 시합이 있었습니다.
“싸워서 지면 링에서 걸어 나오지 않겠다”던 김득구는 초반부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경기를 펼칩니다. 그러나 14라운드 19초에 작렬한 맨시니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맞고 링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합니다. 4일간 뇌사상태에 있다가 그는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전북 옥구에서 55년에 태어난 김득구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14세에 3천원을 들고 상경합니다. 구두딲이, 제과점 기술자, 버스 행상…그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시 노량진에 있던 동아체육관 김현치 관장을 만나 복싱의 길을 걸었습니다. 동아체육관은 나중에 박종팔, 유명우 등 챔피언을 길러낸 복싱의 명가죠. 김득구는 1982년 동양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하고 마침내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게 됐던 것입니다. 그의 통산 전적은 19전 17승 1무 1패.

안타깝게도 김득구의 사망은 잇단 비극을 불러왔습니다. 그의 약혼녀가 당시 임신 중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슬픔을 더했는데요. 3개월 뒤에는 어머니마저 아들을 따라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가난속에 남들처럼 잘 키우지 못해 늘 마음이 아팠던 아들의 입에서 산소마스크를 떼라는 말을 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또 심판이었던 리처드 그린도 7개월 뒤 자살을 하고 맙니다. 이 충격으로 맨시니도 은퇴를 하고 말죠.

김득구의 사망으로 WBA는 15라운드 경기를 12라운드로 바뀌고 스탠딩 다운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섭니다.

그러나 2007년 12월 25일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에 올랐던 최요삼 선수가 1차 방어에 성공한 뒤 경기 직후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9일 후인 이듬해 1월 3일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각의 링에서 서로를 때려 눕혀야 하는 폭력적인 스포츠 복싱. 돈을 내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 흥행을 위해 프로모션을 하고 도박까지 연결시키죠. 그러나 가난했던 지난날의 우리는 오로지 돈을 벌고 출세하기 위한 처절한 링에 오르는 것을 선택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요.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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