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줄줄이 이어지는 '골프여걸'들의 은퇴가 아쉽다.
배경은(29ㆍ볼빅)은 9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ADT캡스챔피언십에서 '고별전'을 치렀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00년 불과 15살의 나이에 프로로 전향했던 선수다. 만 서른 살이 안 됐지만 투어생활을 14년이나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KLPGA선수권 첫 승을 포함해 국내에서 3승을 거두고 2005년 미국으로 진출했다가 3년 전 국내로 유턴했다. 지난해 말 결혼한 뒤 한 시즌을 더 소화하고 골프채를 내려놓은 셈이다.
당연히 삶의 모든 중심은 골프다. 연습과 대회 출전이 학교수업보다 중요하다. 심지어 부상보다 경기가 먼저일 때도 숱하다.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접었던 국가대표 출신의 한 유망주는 부상 때문에 재기 불능의 만신창이가 됐다. "치료할 시간이 없었다"며 "아버지는 늘 '죽더라도 골프장에서 죽어야 한다'고 주입시켰다"고 했다. 골프에만 올인한 선수들이 일찍 지치는 이유다.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와 캐리 웹(호주)은 반면 배경은이 은퇴하는 날 일본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미즈노클래식에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데이비스는 51세, 웹은 40세다. 데이비스는 LPGA투어 통산 20승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는 무려 45승을 거둔 최다승 기록 보유자다. 웹은 LPGA투어 통산 41승, 10대들이 판 친 이번 시즌에도 2승을 수확했다.
데이비스는 4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제나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로선수에게는 경쟁을 즐기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배경은은 "지금까지 메모해둔 '하고 싶은 일 목록'을 하나씩 실행하고 싶다"고 했다. 데이비스의 내공을 따라가기에는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은퇴 후가 아니라 투어 안에서 여유를 찾는다면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