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다.
골프 국가대표팀 이야기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4개 종목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를 따냈다. 수치상으로는 당연히 눈부신 선전이다. 하지만 '전종목 싹쓸이'라는 당초 목표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은 2006년 도하에서 김경태(28)와 유소연(24)이, 2010년 광저우에서 김민휘(22)와 김현수(22)가 각각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올라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섰다.
주장을 맡았던 김남훈(20)은 "선배들이 아시안게임에서 작성한 대기록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홈코스라는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안방을 내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대표팀을 운영하는 대한골프협회(KGA)의 안일한 생각이 정보 부족 사태를 빚었고, 코칭스태프는 맞춤형 전략을 만들지 못했다.
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에 1.5진을 내보냈고, 정예 멤버들은 같은 기간 드림파크골프장에서 코스 적응 훈련에 매진했다. 결과도 맞아 떨어졌다. 붓사바콘 수카판이 박결에게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상찬 수파마스가 동메달을 추가했고, 단체전에서는 기어코 금메달을 차지했다. 팀선수권에서 28위에 그친 태국은 위협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 한국은 허를 찔렸다.
이쯤 되면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대만골프협회의 장기적인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호주 코치 두 명을 초빙해 1년 동안 대표팀에 상주시키는 등 과학적인 훈련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 7월부터 입국해 코스를 살펴보는 등 정보수집과 코스공략 마련에 공을 들였다. 대만골프협회가 바로 한국의 대한골프협회(KGA)와 같은 기관이다.
KGA는 한국골프의 뿌리나 다름없는 곳이다. 대한체육회 산하기관으로 다른 골프단체와 달리 지원금까지 받는다. 그래서일까. 지난 6월 '내셔널타이틀' 한국여자오픈에서는 스코어보드를 엉망으로 운영하면서도 변명조차 없었고, 지난달 아마추어 메이저 송암배에서는 대회 개막 이틀 전까지 엔트리조차 홈페이지 올려놓지 못하는 무성의함으로 빈축을 샀다. KGA의 주먹구구식 대표팀 운영이 국민들에게는 실망을, 어린 선수들에게는 상처를 남겼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