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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단통법의 교훈 '경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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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단통법이 뭇매를 맞고 있다. 아이폰6 출시와 함께 다시 불거진 불법보조금 논란, 이로 인한 국내 제조사들의 역차별 등 예상했던 문제들이 불거지며 후폭풍이 거세다. 일각에선 단통법의 개정이 아닌 전면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며 새로운 요금제를 내 놓았지만 실제 요금 인하와는 거리가 멀다. 소비자들은 통신요금도 줄지 않고 단말기 구매 가격만 높아졌다고 아우성이다.
이같은 문제는 경쟁을 제한해 온 국내 통신 정책 때문이다. 가격은 경쟁속에서 결정된다. 극심한 경쟁이 되풀이 되면 결국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고 시장에서 사라져 간다. 이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국내 통신 정책은 매번 경쟁을 제한하는 쪽으로만 만들어져 왔다.

단통법은 차별적으로 지급되던 보조금 규모를 줄여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판매로 인한 경쟁 대신 서비스와 요금으로 경쟁하도록 만들어 가계통신비를 내리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며 단말기 가격은 급등했고 소비자들은 24개월, 36개월 할부로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됐다. 값비싼 단말기 가격을 할인하기 위해 경쟁이 벌어졌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를 위해 보조금을 내 놓으며 소비자들은 싼 값에 고가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통사들은 신규 가입자 유치에만 거액의 보조금을 내 놓았다. 가입자들에게는 별반 혜택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방 가입자를 뺏어오지 않는 이상 마케팅 비용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통신 요금은 요지부동이 됐다. 정부가 으름짱을 놓거나 정권이 교체될때 선심성으로 요금 인하책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요금 인하가 아닌 신규 요금제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매번 복잡한 요금제를 새로 설계해 요금 인하 효과를 거둘 뿐 실제 요금을 내린 경우는 없다.

정부 입장에선 월 4만5000원씩 받는 스마트폰 기본 요금제를 1000원 내려봤자 요금을 내렸다는 생색조차 내기 어렵다 보니 이통사가 제안하는 요금 인하 효과에 더 솔깃했다. 이통사 입장에선 모든 가입자의 요금을 1000원씩 내릴 경우 손해가 크다 보니 일부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새 요금제를 내 놓고 정부와 함께 1000원 내리는 것 보다 요금 효과가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이런 모든 상황은 규제로 시장 경쟁을 틀어 막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시장의 포화, 이로 인한 통신 3사의 점유율 고착화 등으로 통신 3사는 굳이 요금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졌다. 알뜰폰 역시 제4 이통사 대신 기존 이통 3사의 망을 빌려 쓰다 보니 서비스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이통 3사가 마케팅비까지 줄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줬다.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는 담합만이 남는다. 실제 만나서 논의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담합구조가 형성된다. 이동통신 시장 요금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더 나아가 국내 제조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낸만큼 소비자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국수주의적 시각서도 벗어나야 된다. 경쟁이 활성화 되고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단말기를 선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업도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단통법 논란에서 얻은 게 있긴 있다. '경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평범한 답 하나 얻기 위해 받은 상처 치고는 너무 크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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