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저지로 호텔서 집무보던 1·2·3대 회장과 다른 풍경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조직원의 반발로 취임 전후 회사 밖을 맴돌아야 했던 역대 KB금융 회장 내정자들과 달리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본점에 임시 집무실을 꾸린다. 윤 내정자는 이달 말부터 사실상 회장 역할을 수행한다.
그동안 회장 내정자가 본점이 아닌 호텔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정식 선임 후에도 한동안 본점에 출근하지 못하는 '아관파천' 경영은 KB금융의 고질병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내정자 신분으로서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회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회사를 들락날락하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정한 것이었지만, 실상은 KB금융과 연이 없는 외부로부터 온 인사라 직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제1대 KB금융 회장으로 선출됐던 황영기 전 회장, 제2대 어윤대 전 회장 모두 KB금융 근처 호텔에서 임시 집무실을 마련했고 주총에서 정식 선임된 이후로도 노조의 출근저지로 한 달여간 KB금융 본점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제3대 임영록 전 회장 역시 노조의 극심한 반대로 근처 호텔에서 집무를 볼 수밖에 없었다. KB국민은행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선임됐던 이건호 전 은행장도 열흘 넘게 출근을 못했고 취임식도 취임사로 갈음했다.
윤 내정자는 일단 30일부터 KB금융 고문으로 임명돼 경영 현안을 보고받는다. 자격은 '고문'이지만 역할은 사실상 '회장'에 가깝다. 특히 윤 내정자는 당국 심사과정에 묶여 있는 LIG손보 인수 건을 속히 마무리 짓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지난 6월 지분 인수계약 때 이달 27일까지 금융위원회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연 6%의 지연이자를 내기로 했기 때문에 28일부터 하루 1억1000만원의 지연이자를 물고 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